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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진학 후 성적 하락 해법

중앙일보

입력

설덕주 (19·경희대 기계공학부 1)씨

“중학교 때는 정말 공부 잘 했는데…고교에 와선 성적이 계속 떨어지네요”, “성적이 계속 떨어져 좌절감에 공부할 의욕도 없어요”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고민들이다. 고교 진학 후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잘못된 공부습관과 사고력 부족”을 공통 원인으로 꼽았다.
 
부모 도움 줄어 사교육 의존, 성적 하락 악순환

“중학교까지 부모가 설계한 교육과정을 부지런히 따라온 경우 고교에 오면 성적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비상교육 박재원 공부연구소장은 “중학교와 달리 고교과정은 난도가 높아져 부모들이 개입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개입을 한다 해도 과도한 간섭과 잔소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우 중학교 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학생은 고교 진학 후에도 사교육에 의존해 성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커질 수 있다.

박 소장은 “부모들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교육을 처방하는 경우 자녀와 갈등의 골만 키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원인을 찾기보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성적이 떨어져 미안한 마음에 부모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지만 원인 해결이 없는 사교육 의존은 성적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교 진학 후 부모님 말씀이 지나친 간섭으로 느껴졌다”는 설덕주(19·경희대 기계공학부 1)씨는 영재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시절 생물 올림피아드에서 전국 동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성적이 하락세를 걸었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고 일반고로 진학하면서 공부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공부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사교육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부모와도 거리가 멀어졌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외교습을 인연으로 만난 대학생 멘토의 도움을 받으면서 설씨와 부모는 서로간의 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었다. 설씨가 부모에게 말하기 힘든 진심을 멘토가 대신해 부모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극복해 나가게 됐다. 설씨는 “처음부터 부모와 대화를 깊이 나누고 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과 환경을 찾았다면 방황하는 시간도 줄였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잠실여고 김인봉 교사는 “상담결과 사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대체로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된 공부법을 고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까지 자기 생각대로 왜곡해서 해석해 문제를 푼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정답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문제의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계획 모두 실천하는 규칙적인 학습습관 갖춰야

성적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생활적인 부분과 학습 습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예·복습을 토대로 규칙적 학습을 하고 있는지, 취약 과목과 강점 과목에 대해 공부시간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갖고 자신을 잘 아는 교사와 상담하는 것이다. 박 소장은 “성적이 떨어진다고 해서 학원부터 보내자는 방법은 학생이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은 학생 스스로 원해야만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습의 취약점을 파악했다면 그에 맞는 보완계획을 수립해 적용한다. 특히 계획적 학습이 중요하다. 학습계획은 공부할 과목과 분량, 계획시간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주말 시간은 주중 계획에서 달성하지 못한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 예비 시간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들인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완전학습으로 실천하는 태도가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과 학습동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과목과 단원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력 길러야

중학교 교육과정은 시험기간에만 집중해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양윤정 TMD 컨설턴트는 “중학교 과정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그대로 출제되기 때문에 암기실력이 강한 학생이 우등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교 과정은 단편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과목과 단원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력이 부족하면 성적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과 내용 간의 연계를 통해 출제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벼락치기 공부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 개념을 정리한 후 반복하는 학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운 내용을 스스로 소화하지 못하면 고교에선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교 수학·과학 등 단위수 높은 과목 관리를 중학교는 주요 교과가 약간 부족해도 타 교과에서 높은 점수를 유지한다면 전체 성적은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교는 단위 수에 따라 가중치가 주어진다. 단위 수가 높은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중학교와 달리 전체 평균점수에서 상대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김 교사는 “고교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내려면 단위수가 높은 과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고교때 성적 떨어지는 유형
 
▶성격상 약점형 ‘꼼꼼대장형’

너무 지엽적인 내용에 신경을 쓰다 진도를 못 나간다. 공부한 것을 평소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시험을 망치기도 한다. 세밀한 것을 명확히 알려고만 하다가 정작 큰 틀을 보지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리안돼형’은 정리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공부하는 경우다. 고교에선 시험 범위가 넓어 ‘벼락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유형은 예습과 복습을 중심으로 평소에 정리해 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요한 내용은 단권화시켜 찾기 쉽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노력 절약형 ‘내신몰입형’

중학교 내신에서 100점 맞는 요령만 익힌 학생들이다. 겉으로는 우등생이지만 성적에 만족해 심화학습을 소홀히 하다 나중에 고생한다. ‘암기대장형’은 중학교때 수학과 과학까지 외워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학생들이 해당한다. 중학교에선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것이 가능했지만 고교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이 같은 유형은 양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개념을 우선 이해한 후 문제풀이로 넘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오답 정리도 병행해야 한다.

▶의존 성향형 ‘선행맹신형’

선행학습만 너무 믿어 정작 중학교 공부를 소홀히 한 경우다. 현재 배우고 있는 내용을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고교에 가서도 선행학습에만 의존한다. 학원에만 의존하는 ‘학원주도형’도 중학교 우등생에 그치기 쉽다. 중학교 땐 누군가에게 배우면 당장 큰 효과를 보지만 고교에선 누군가에게 배우더라도 결국 혼자 공부해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진 학생이 고교 공부에 쉽게 적응하는 이유다.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의 답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시 욕구형 ‘과다계획형’

계획만 열심히 세우고 실천은 소홀한 학생들이다.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면서 자신을 과신하는 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실천하지 못해 계속 계획을 고치다가 날 샌다. ‘보여주기형’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도 공부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유형은 본인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부터 수립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도움말= 이병훈 에듀플렉스 부사장, 박재원 공부연구소장, 양윤정 TMD 컨설턴트, 서울 잠실여고 김인봉 교사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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