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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밥 사겠다고 연락 한번 없냐” “신 감독님은 이겨도 술, 져도 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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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태용(左), 라돈치치(右)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의 K-리그 10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사제지간에 유쾌한 입담 대결이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태용(42) 성남 감독과 수원 공격수 라돈치치(29)가 27일 기자와 각각 통화를 하면서 상대를 향해 날카로운 말펀치를 날렸다.

 제자 라돈치치가 선공을 했다. “나는 성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골을 넣을 수 있다. 3-0으로 수원이 이길 것”이라고 도발했다. 스승인 신 감독은 “네가 무서워하는 중앙수비수 사샤가 복귀했다. 너를 꽁꽁 묶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신 감독은 이어 “수원으로 이적하며 연봉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아는데 여태 밥 한번 사겠다는 연락이 없다”는 말로 은근히 압박했다. “새 시즌에 돌입한 데다 5월에 아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답한 라돈치치는 “5월 이후엔 감독님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수 있다. 단,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내가 골을 넣더라도 이해해달라”며 애교작전을 폈다.

 신경전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신 감독은 “네가 떠난 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만, 이젠 다시 데려오려 해도 돈이 없어서 안 된다”고 눙친 뒤 “한국인으로 귀화해 국가대표팀 공격수로 성공하려면 골 결정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돈치치 또한 “감독님은 이겨도 술, 져도 술이다. 이젠 나이도 있으시니 술을 줄이실 때가 됐다. 특히나 내 골에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며 재치 있게 정을 표현했다. 두 사람은 “우리 팀이 이길 것”이라고 하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로 팬들을 열광시켜 보자”고 뜻을 같이했다.

 수원과 성남의 맞대결은 ‘마계대전(馬鷄大戰)’이라는 재미난 별칭으로 불린다. 수원의 마스코트인 ‘상상 속의 새’를 닭(鷄)으로, 성남의 상징 동물인 ‘하늘을 나는 말’을 말(馬)로 단순화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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