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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 FTA 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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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국내 수입차 업계에도 ‘봄바람’이 한창이다.

자동차 업계 전체의 내수 판매량이 줄었는데도 지난달 1만648대가 팔려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2월보다 15.8% 늘어났고,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3월(1만290대)보다도 많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수입차 가격 경쟁이 일어난 효과가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포드 익스플로러(왼쪽)와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가격을 400만원

지난달 15일 한·미 FTA의 발효와 동시에 미국에서 들어오는 자동차에 붙는 관세가 기존 8%에서 4%로 낮아졌다. 배기량 2000cc를 초과하는 모든 차에 대한 개별 소비세도 10%에서 8%로 낮아졌다. 수입차는 관세·개별소비세·교육세를 붙인 뒤 국내 비용과 수입사 마진을 더해 공급가액을 정하고 여기에 부가세를 붙인다. 이에 미국산 2000cc 초과 차는 3.9%, 미국 외에서 만든 2000cc 초과 차는 1.5% 가량 소비자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한·미 FTA 발효 전 100만원을 미리 내린 도요타 신형 캠리

업체 중에서는 포드코리아가 가장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세웠다. 차종별로 최대 525만원을 내리고, 부품가격을 최대 35%까지 인하했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는 “6개월 동안 내부 리서치를 통해 한·미 FTA 발효 후 가격정책을 세워왔다”며 절치부심(切齒腐心)의 흔적을 드러냈다. 대형세단인 토러스 전 모델과 익스플로러 3.5, 머스탱 쿠페와 컨버터블, 링컨 MKS 등 미국에서 생산되는 2012년식 차종에 대해 관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했다. 모델별로 포드는 65만~285만원, 링컨은 90만~525만원을 각각 낮췄다.

가격을 400만원 내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2012년형 모델 소비자가격을 2~3% 인하했다. 차량 모델별로 109만~209만원 싸졌다. 그랜드체로키 오버랜드는 6999만원에서 3% 내려간 6790만원이 됐다. 남혜지 크라이슬러코리아 과장은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일부 디젤 모델은 예약 후 한 달 이상 대기해야 차를 건네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도 “공격적인 마케팅 프로그램과 한·미 FTA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면서 2월 말 전 차종의 판매 가격을 100만~400만원 내렸다.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은 400만원 할인된 1억2500만원에 판다. 또 해당 차종을 구입한 후 3년 뒤 차량 가격의 최대 50%를 잔존 가치로 보장받을 수 있는 ‘스마트 가치 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브랜드는 아니지만 미국에 공장을 둔 유럽·일본 브랜드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미국산이면서 배기량 2000cc를 초과하는 ‘ML30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의 가격을 9200만원에서 8800만원으로 내렸다. 미국산인 BMW X1, X3, X5, X6 중 2000cc 초과는 4% 내외, 이하는 2.5% 안팎 인하됐다.

도요타는 한·미 FTA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업체로 평가된다. 한국도요타는 1월 중순 미국산 신형 캠리를 출시하면서 FTA 발효에 대비해 100만원을 미리 낮췄다.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 활성화를 견인하며 BMW·벤츠·아우디 등과 4강 체제를 형성 중이다. 캠리는 2월에 판매량 721대로 1위, 지난달에는 449대를 판매한 BMW 320d와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병진 한국도요타 부장은 “앞으로 출시될 모델들도 FTA 효과를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심재우 자동차팀장, 이가영·문병주·한은화·조혜경 기자,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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