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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수법과 내용]

중앙일보

입력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 부실 계열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최근까지도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재벌들의 구조조정 의지를 무색케했다.

오히려 과거와 달리 비계열 또는 해외 금융기관을 이용해 간접 지원하고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사주거나 벤처기업 창업 인력을 지원하는 등 그 수법이 지능화.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중소 벤처기업을 위장계열사로 두고 계열 확장을 도모한 것으로 공정위의 조사에서 밝혀져 시중의 의혹이 현실화됐다.

또 삼성이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에게 변칙 증여를 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일부 확인됐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은 계열사로부터 실권주를 저가로 배정받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서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의 다리 역할을 한 금융기관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삼성 이재용씨 소유 벤처기업들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은 규명하지 못해 처벌의지와 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능화된 부당지원 수법
재벌들은 과거에 주로 계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해 직접 지원했지만 정부의 단속과 규제가 강화되자 해외 또는 비계열 금융기관 등을 통하는 우회적인 수법을 선택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산업이 지난 97년 6월 캐나다 소재 금융기관 CIBC에 현대투자신탁증권 주식 1천300만주를 1억7천500만달러(원화 1천559억원)에 팔자, 같은해 7월 CIBC와 3년뒤 이 주식을 2천200만달러(원화 2천456억원)에 사들인다는 계약을 맺고 실제 매입해 현대전자산업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주당 가치가 `0'에 가까운 이 주식을 주당 1만8천892원에 매입해 큰 손실을 보자 이 거래를 주간한 현대증권에 이면합의대로 손실보장을 해달라며 현대증권을 상대로 현재 소송을 벌이고 있다.

SK글로벌과 워커힐 등 SK 2개 계열사는 98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중앙종금 등 6개 종합금융사에 8천614억원을 예금하고 이들 금융사가 이 자금으로 계열사인 성산개발(골프장업)과 위장계열사인 정지원(부동산개발업)의 기업어음(CP)을 정상금리보다 낮게 매입하도록 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99년 9월 삼성상용차가 3천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때 발생한 실권주 1천250만주를 순자산가치보다 125억원이나 더주고 산 것으로 밝혀졌다.

LG 칼덱스정유 등 5개사는 98년 6∼12월 LG유통 등 3개사가 지은 LG강남타워빌딩 사무실을 빌리면서 임차보증금 358억9천600만원을 정상지급시점(입주 6개월전)보다 4∼9개월 빨리 지급하는 수법으로 지원했다.

◆변칙증여 의혹..회사돈은 쌈짓돈
재벌들이 총수 자녀와 친인척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증여.상속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다시 한번 뒷받침됐다.

비상장주식의 저가 매각을 통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성 금액이 1-3차 조사때 1건에 468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번 4차 조사에서는 4건에 1천266억원이 적발돼 3배 가량 증가했다.

현대택배는 99년 12월말 대주주와 임직원을 상대로 유상증자(110억원)를 실시하며 대주주가 인수를 포기한 주식, 즉 실권주 177만3천331주를 정몽헌 의장에게 배정해 정 의장이 이 주식을 주당 정상가격인 8천602억원보다 훨씬 낮은 5천원에 매입하도록 했다.

정의장은 이같은 실권주 저가배정이란 방법으로 63억8천7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정의장은 당시 현대경영자협의회 회장으로 현대그룹의 실질적 총수임을 감안할 때 개인 잇속을 챙긴 부도덕한 행위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말많던 삼성 이재용씨에 대한 부당지원도 또다시 드러났다. 삼성생명보험은 99년 2월 한일투신운용과 한빛투신운용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이 보유한 삼성투자신탁운용 주식 60만주와 맞바꾸기로 한빛은행과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보험은 자신이 받아야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으로 하여금 이재용씨에게 액면가로 팔도록 해 3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특히, 99년 2월에는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 6명에게 싼 값에 매각해 225억원의 차익을 얻게 한 것으로 지난해 공정위의 3차 내부거래 조사에서도 드러나 이 시기에 삼성측이 집중적으로 변칙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LG그룹은 구본무(具本茂) 회장의 가족들에게 주식 저가매각을 통해 골고루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지난 99년6월 LG석유화학 주식 2천744만주를 구회장의 형제, 친인척 등 34명에게 싼 가격으로 팔아 113억4천4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했다.

LG텔레콤은 지난 99년 10월 자사주 18만8천주를 가족 10명에게 주당 정상가격 2만2천260원보다 훨씬 낮은 7천885원에 가족들이 32억6천6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위장계열사로 그룹 확장..벤처기업도 `먹이'
이번에 8개의 위장계열사가 적발됐다.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슬림화와 핵심역량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4대 그룹이 상호 채무보증 금지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이 각종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확장을 하기 위해 위장계열사를 거느린 것으로 공정위는 분석했다.

삼성은 렉솔아이엔씨, 온사이트써치, 한닉 등 3개 정보통신업종의 벤처회사를 위장계열사로 두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지분의 30%를 가진 최다 출자자일 경우 공정위에 계열 편입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는 현대전자산업이 93년 7월 차명으로 KM뮤직에 출자해 지분을 70%를 갖고 KM뮤직은 코리아음악방송을 설립해 2개의 위장계열사를 거느렸다.

LG는 IBM코리아와 합작 설립한 LG IBM퍼스널컴퓨터의 지분을 49% 갖고 있으면서 지분 51%를 소유한 IBM 코리아를 제치고 경영진 선임권을 행사했으며 SK는 2개 위장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기간에 계열 요건을 해소한 KM뮤직, 코리아음악방송, 온사이트써치, 한닉, 인터베스트 등 5개사를 제외한 렉솔아이엔씨, LG IBM퍼스널컴퓨터, 정지원 등 3개사는 해당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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