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화제의 드라마 ‘아내의 자격’을 봤다. 몰입됐다.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는 ‘내 인생 다시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을까’를 묻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길 원하고, 그를 위해 심사숙고한 선택을 하지만 우리는 때로 그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무언가, 바로 ‘후회해도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강렬한 마음을 잊는 것 같다. 그런데 여주인공 ‘윤서래’는 후회해도 상관없다며 자신을 지탱하던 삶의 기둥을 송두리째 뽑아버린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간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그 열정에 우리는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언젠가는 그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해도(분명 후회하는 순간들은 찾아올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해서 얻은 후회는 아예 후회하지 않기를 작정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일 것이다.
한편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뻔뻔한(?) 삶과는 반대로 대놓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삶도 있다. “내가 그때 회사를 관두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중역급은 됐을 텐데.” “그때 홧김에 결혼만 안 했어도 연애다운 연애는 몇 번 더 했을 텐데.” 겉으로 보기엔 제법 행복하게 잘사는 것 같아도 정작 본인은 ‘그때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말을 듣고 있자면 “닥치고 현재에 만족하고 살아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돈다. 자신이 지금 가진 것들의 가치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듣는 사람이 슬퍼진다. 그녀는 아마 과거에 그 어떤 선택을 했어도 지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누가 봐도 후회될 선택을 했더라도 그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 사람의 삶이 더 부럽다. 그녀들이라면 후회의 순간이 오더라도 여유 있게 미소로 맞이하겠지.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후회해도 상관없어!’를 외쳐볼 수 있을까.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