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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시설 변경, 도계위원 반대에도 서울시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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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6년 파이시티에 대해 업무·상업시설 건축을 허용하는 세부시설 변경 과정에서 일부 도시계획위원이 반대하자 서울시가 심의 과정을 생략하고 승인을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도시계획위원이었던 Q교수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파이시티 시설 변경에 대해 상당수 위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서울시가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2005년 12월에는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이 건을 심의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세부시설 변경은 이명박 시장 퇴임 50일 전인 2006년 5월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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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05년 12월 열린 도계위 회의록에는 서울시 실무자들이 “세부시설 변경 자체는 경미한 사안”이라고 보고하자 일부 위원이 “왜 경미하냐”며 반박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회의에서 서울시는 이미 1984년 물류기본계획이 수립돼 있고, 여기에 상업시설을 추가하는 정도의 내용은 도계위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논지를 폈다. 이에 대해 Q교수는 “지금 언론에 이름이 나오고 있는 파이시티 관계자가 당시 회의를 앞두고 지인을 통해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면서 “엄청난 상업시설을 허용하는 시설 변경을 별거 아니라며 밀어붙이는 서울시 공무원들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설 변경 당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은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재직했다.

 2006년 7월 1일 이명박 시장에서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면서 주요 의사결정 라인도 바뀐다. 당시 관련자들 증언은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오 시장 취임 직후인 2006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도시계획위원장(행정2부시장)을 지냈던 최창식 중구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은 2005~2006년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뼈대가 잡혔던 사업”이라며 “2008년에 몇 차례 열린 건축위원회는 지하 주차장 부지를 어떻게 할지 등의 미세 조정만 있었다”고 기억했다. 반면 2006년 세부시설 변경 당시 도시계획위원장이었던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그때는 청계천이나 뉴타운 문제 등이 이슈였지 파이시티는 기억도 없다”며 다른 반응을 보였다.

 2006년 세부시설 변경이 이뤄지자 시행사인 파이시티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세운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본격적으로 사업 진행에 나선다.

 사업을 위해 인허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때는 오 시장 시절이던 2007~2008년 무렵이다.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60·구속)씨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5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시점이나 박영준 전 차장이 서울시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인허가 상황을 물어봤을 때도 이 무렵이다.

 2008년 8월 20일 열린 제13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업무시설 비율이 결정됐다. 위원회는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업무시설 비율을 23%에서 20%로 낮춰 줬다. 업무시설 비율을 낮추면 수익성이 높은 상가 분양분을 늘릴 수 있다. 당시 도시계획국장이던 이인근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허가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에서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축허가 과정에서는 제동이 걸렸다. 2008년 9~10월 세 차례 건축위원회가 열려 허가안을 심사했지만 그해 10월 23일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다음 해인 2009년 4월 허가안이 반려됐다. 우여곡절 끝에 파이시티에 대한 건축허가는 2009년 11월에야 떨어졌다. 이때 허가권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닌 박성중 당시 서초구청장이다. 허가가 있기 4개월 전인 그해 7월 건축법 시행령이 변경돼 서울시장뿐 아니라 구청장도 허가해줄 수 있게 됐다. 박 전 청장은 “당시 서울시에서 구청이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로선 좋은 건물이 들어오니까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을 뿐 의사결정은 서울시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서울시장이 결정하는 도시계획에 대해 심의·자문하는 기구다. 위원장인 행정2부시장을 포함한 공무원 5명, 시의원 5명, 민간 전문가 20명등 30명으로 구성됐다. 1972년 도시계획법 개정에 따라 각 지방(현 지자체)에 도시계획위원회를 둘 수 있게 됐다. 운영 및 설치는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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