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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친 외풍 … 힘겨운 '네자릿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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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풍부한 국내 자금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던 증시가 해외 변수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960대로 내려앉아 2월 중순 수준으로 돌아갔다. 상승 기조가 완전히 꺾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가가 다시 탄력을 받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증권가의 분석이다. 외풍에 시달리며 체력을 많이 소모한 탓이다. 흐름을 되돌리려면 기업 실적이 크게 좋아지거나 외국인 매도세가 급반전하든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야하는데 당장 어느 것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이 때문에 증시의 관심은 '지수 네자릿수 안착'에서 '지수가 어느 수준까지 조정받을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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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변수=해외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장세가 재연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물가상승 우려로 나스닥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이런 연쇄 충격은 한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싼 이자에 미국에서 돈을 빌려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증시 저변에 깔린 더 큰 불안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이다. 지난해 11월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환율제도 변경은 어렵다"(후진타오 주석)던 중국 정부의 입장이 최근 "환율 시스템이 갑자기 바뀔 수 있다"(원자바오 총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푸르덴셜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상반기 중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에따라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 하락→기업 실적 부진→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증시 영향=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퍼스트보스톤증권은 이날 세계 모델 포트폴리오내 신흥증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아시아 증시 비중 확대 폭을 40%에서 20%로 축소했다. 아시아 경제가 체질상 고유가와 미국의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CGM)의 아시아 전략가 마르쿠스 로스겐은 22일 보고서에서 최근 외국인들이 아시아 주식을 너무 많이 샀고, 아시아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다른 지역 기업에 비해 뒤처진다고 우려했다. 하나증권의 조현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긴축 정책을 강화하면 2분기 증시가 일시적으로나마 93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무경 대투증권 연구원은 "재상승 국면에 진입하려면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인 실물 지표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의 큰 흐름은 여전히 상승 기조 속에 있다고 보는 쪽이 아직은 많다. 김지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금리 인상으로 국제 유동성이 축소되는 충격이 단기적이라면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른 영향은 장기적"이라고 분석했다. 한발 더 나가 해외 변수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의 간접투자와 연기금의 주식 투자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양한 업종에서 생겨나고 있어 증시의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완화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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