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 “치사하게 그런 얘기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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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3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란 점에서 이전의 측근 비리 의혹에 비해 충격이 더 큰 눈치였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지 우리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공개적으론 그렇다. 그러나 사적으론 “침울하다.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거나 “가만히 있어도 바늘방석”이라는 반응들을 내놓았다.

 청와대 민정라인의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자고 나면 사고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소문(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이 많지 않았느냐.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란 목소리도 있었다. 민정수석실은 이미 지난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민정수석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사법시험 23회 동기다.

 청와대는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사실보다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최 전 위원장이 곧바로 시인했을 뿐 아니라 ‘대선 여론조사 자금’이라고 한 대목에 더 당혹했다.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통령 후보 경선을 포함한 대선 자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마다 검찰 수사가 되풀이돼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 문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새누리당이 방패가 돼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 인사는 “치사하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 야당에서 물고 늘어질 게 뻔하지 않으냐”고 흥분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휘발성이 큰 데다 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되갚아 주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다. 하산길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이기도 하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이후 청와대는 ‘일하는 모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매일 청와대 밖으로 출타해 민생 현안을 챙기던 중이었다. 청와대 참모는 “최근 서민금융과 학교폭력 등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졌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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