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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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현 정부의 최고 실세 두 명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개국공신’ 중 한 명인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게 조준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23일 “받은 돈을 (2007년 대선) 여론조사와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면서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확대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대우건설 출신인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는 1999년 서울 영등포 옛 OB맥주 공장 터 개발사업을 성공시키면서 부동산 개발 분야의 스타로 떠올랐다. 2004년 서울 양재동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대규모 복합유통단지를 건설하는 ‘파이시티’ 사업에 나섰지만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곤란을 겪었다.

 이때 접근한 사람이 DY랜드건설 대표 이동율(60)씨다. 이 전 대표의 대우그룹 선배인 그는 2005년 12월 “인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며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을 소개시켜줬다. 이동율씨가 주선한 첫 자리에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이 동석했다고 한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 박 전 차장은 서울시 정무국장이었다.

 이씨와 최 전 위원장은 동향(포항) 출신에 구룡포중학교 선후배로 집안끼리도 가깝다. 이씨는 구룡포 재경향우회 수석부회장을 지내며 이른바 ‘영포라인’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박 전 차장은 경북 칠곡 출신이지만 영포라인의 핵심으로 이씨와 친했다. 이 전 대표는 그로부터 3년 동안 이씨를 통해 61억5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이 중 절반가량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 등 ‘정권실세’에게 갔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경찰 수사 때 민정수석실 관계자, 지난해 11월 최 전 위원장을 만날 때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줬다고 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09년 인허가를 받은 뒤 사업권을 강제로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그는 “(상납을) 끊은 뒤 채권단이 사업 포기를 종용했고 응하지 않자 대출 만기도 되기 전에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가로채갔고 거기엔 배후가 있다”고 했다. 채권단이 2010년 8월 파산신청하고 1년7개월 만인 2012년 3월 새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이 선정됐다. 이 과정에 박 전 차장이 개입했다고 이 전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하이마트 수사 과정서 ‘다이어리’ 입수=이번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하이마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매장 인테리어 담당 업체(EA디자인)를 운영하던 이동율씨의 다이어리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의 여론조사에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는 2007년 7월 MB캠프 고문으로 위촉돼 사실상 ‘정치인’ 지위에 있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은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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