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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귀족학교’ 우려 커지는 로스쿨, 대안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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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올해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력 있는 일부 계층만 다닐 수 있는 ‘귀족학교’가 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로스쿨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두 갈래의 의견을 들어봤다.

스펙보다 다양성·가능성 위주 선발해야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

2008년 개원한 로스쿨이 올해 2월 첫 번째 졸업자를 배출했고, 3월 말에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3년의 산고 끝에 새내기 변호사들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로스쿨에 대해 여러 면에서 사회적 평가가 있어왔고, 부정적인 평가의 결론은 대부분 사법시험의 존치로 귀결되었다. 특히 최근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로스쿨 1, 2, 3기생 5074명의 주거지 분석 결과 61%가 서울에 거주하고, 이 중 17%는 강남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거주지 주택가격과 소위 명문 로스쿨 진학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심히 걱정스러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로스쿨 제도 자체에 기인한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이 기능을 상실하고 사교육이 압도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젊은 법조인들의 상당수가 강남·외고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림동에서 사시를 준비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따라서 그 해결책이 꼭 사법시험의 존치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소위 귀족학교화되고 있는 로스쿨에서 사회적 균형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될 수 있다. 하나는 스펙보다 다양성과 가능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선발 과정이다. 로스쿨의 원래 취지는 다양한 배경을 갖춘 인재를 뽑아 전문화돼 가고 있는 법률 직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조계와 로스쿨은 여전히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기준으로 로스쿨을 서열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로스쿨은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학생들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학생들은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을 졸업했거나 외고를 나오고 강남에 거주할 확률이 높다. 다양한 영역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법률 수요에 대응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로스쿨만이 아닌 교과부의 정책과 법조계의 실무가 함께 가야 한다.

 학비 부담의 경감도 필요하다. 다만 현재 로스쿨의 장학금은 기존 어느 대학원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이를 더욱 확대한다는 것은 각 로스쿨의 재정 상황을 볼 때 쉬운 일은 아니다. 로스쿨 도입 당시 이해관계자들과 정원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일부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많은 로스쿨이 턱없이 부족한 학생 수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각 로스쿨에서 기부금 및 부수사업 등을 통해 장학 재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와 법조계 역시 어려운 학생들이 법조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취업을 앞두고 로스쿨 졸업생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대체적으로 싸늘하다. 향후 로스쿨의 졸업생들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경력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법조인의 역할을 넘어서서 NGO, 국제기구, 해외 로펌,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평가는 수년을 거친 이후 그들이 정착하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때 해도 늦지 않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송곳을 주머니에 넣어봐야 그 뾰족함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아직 로스쿨 제도와 로스쿨 출신의 새내기 변호사들은 주머니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다. 격려하고 지켜봐 주기 바란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

사법시험 존치·예비시험 도입 필요하다

나승철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

올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된 첫해다. 로스쿨 도입 논의가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지적되었던 문제점은 로스쿨 제도가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4년제 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약 670만원인데,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그 두 배가 넘는 1486만원이라고 한다. 1년 등록금이 2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2017년에 사법시험이 완전히 없어지면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독점하게 돼 등록금을 지금보다 더 인상하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로스쿨은 입학 전형 자체가 서민들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다. 로스쿨 입학전형에서는 외국어 능력이나 각종 인턴 경력 등 소위 ‘스펙’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PC방 등에서의 아르바이트 경력이 ‘스펙’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로스쿨 입학에서 서민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2009년 2월 정부가 발의한 변호사시험법이 국회에서 부결됐던 주된 이유도 로스쿨 출신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할 경우 가난한 집안에서는 더 이상 법조인이 배출될 수 없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우려는 점점 현실화돼 가고 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로스쿨생 중 서울에 거주하는 비율이 60%를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도입 초기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이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차단한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본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방송통신대학 등을 이용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역시 이런 점들을 감안해 2009년 4월 변호사시험법을 의결하면서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에 관해 2013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은 바 있다.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한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전공의 다양성을 위해 희생된 것은 바로 소득계층의 다양성이었다. 사법연수원에는 시골장터에서 바지락을 까는 아주머니의 딸에서부터 장관의 아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교실에서 함께 연수를 받으며 동일한 시험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7년 사법시험이 없어지면 더 이상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사법시험이 존치되거나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못 가진 자는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지고, 가진 자는 현실에 안주한 채 손쉽게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믿음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바로 공정한 사회다. 그것이 로스쿨 외에 별도로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는 경로가 반드시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나승철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