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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로 예술의전당 가득 채워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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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악보도, 스승도 없이 하모니카와 씨름하던 음악 청년이 있었다. 마침내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에 오른다. 한 뼘짜리 하모니카와 60인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만남, 다음 달 열리는 ‘전제덕의 심포닉 하모니카’ 얘기다.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8·사진)씨는 이번 공연에서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박상현)’와 두 시간 동안 협연을 펼친다. 전씨는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콘체르토(협주곡)에 도전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현대음악 작곡가인 빌라 로보스(Villa Lobos)의 ‘하모니카 콘체르토’가 국내 초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연주하기 까다로워 세계적으로 연주된 예가 드물다고 한다.

 또 다른 콘체르토인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 제임스 무디(James Moody)의 ‘톨레도(Toledo)’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대중과 친숙한 영화음악과 팝, 재즈 그리고 전씨의 오리지널곡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 후반부엔 10년 가까이 전씨와 동고동락한 전제덕 밴드(민경인·정수욱·황인현·이덕산)가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전씨의 첫 음반 타이틀곡인 ‘바람’을 연주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전씨는 태어난 지 보름 만에 열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1996년 라디오에서 세계적인 재즈하모니카 연주자인 투츠 틸레망(Toots Thielemans)의 연주를 듣고 하모니카에 빠졌다.

 그는 시각장애 탓에 스승도, 악보도 없이 오로지 청음에만 의지해 피나는 노력으로 ‘하모니카 마스터’ 자리에 올랐다. 2004년 말 첫 연주음반 ‘전제덕’을 낸 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두 장의 앨범을 더 냈으며 이승철·이수영·조성모·김범수 등 수많은 스타들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전씨는 “오케스트라 협연은 하모니카를 시작했을 때부터 평생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그런데 뜬구름 같았던 꿈이 빨리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지만 강한 하모니카 소리가 오케스트라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졌다.

▶공연정보=5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원. 02-2650-7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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