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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에이전시, 내일을 쏜다!!

중앙일보

입력

해외파 국내진출 붐…토종기업 '두렵지 않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경쟁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일이 밀려들었다. 제안이 들어온 것 중에서 80%는 거절했다. 선별해 가면서 편하게 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웹 에이전시 업종이 각광받으면서 너도 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직원 4∼5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사무실도 버젓이 웹 에이전시라는 간판을 달고 경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디자인스톰의 이충환 과장은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가보면 일반적인 가격의 1/10 수준으로 경쟁에 참가하는 소규모 업체도 종종 볼 수 있다”며 “경쟁업체들이 늘어나다 보니 전체적인 단가가 낮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의 증가와 단가 하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에이전시 업체 대부분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지난 해에 비해 3∼4배 정도 증가한 것은 기본이다. 지난 해 이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했던 업체들의 매출액은 15억∼20억원 수준. 하지만 올해는 상위권 업체들의 매출액이 이미 1백억원대를 넘어섰다.

금광을 캐러 가는 닷컴기업들을 대상으로 돈을 번다고 해서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인터넷 시대의 청바지 장사’로 불려왔다. 하지만 실제로 닷컴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웹 에이전시들은 거의 없다. 이들의 주 고객은 대부분 오프라인의 대기업들이다. 이것이 바로 닷컴기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웹 에이전시가 건재하는 이유다.

디자인에서 솔루션으로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 전략. 이 세 가지를 웹 에이전시의 3대 요소로 부른다. 지금까지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가진 디자인 회사들이 테크놀로지와 컨설팅을 보강, 웹 에이전시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솔루션이나 컨설팅을 가진 업체들이 크리에이티브를 보강,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디자인, 솔루션, 마케팅, 컨설팅 등 출발점은 다르지만 모두 ‘우리의 최종 목표는 종합 웹 에이전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인큐베이팅 업체와 SI업체 등도 합류하고 있다. 웹 에이전시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디자인하고 웹 사이트를 구축해 주는 업종을 말한다. 하지만 이제 웹 에이전시의 범위를 한정하기는 무척 어려워졌다.

웹 에이전시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에 대해 테크웨이의 김일진 사장은 “지금까지 웹 에이전시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에 의존해 왔다. 크리에이티브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웬만한 인력만 갖추면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국내에 제대로 된 웹 에이전시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사장은 이어 “하지만 앞으로는 테크놀로지와 전략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자인스톰의 이충환 과장은 “지금까지 디자인 지향의 업체들이 각광을 받아온 데는 실제로 고객사들이 전략이나 솔루션 보다 화려한 디자인의 웹 사이트에 더 관심을 가져왔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웹 에이전시라는 용어에 ‘종합’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따라붙게 됐다.

종합 에이전시는 규모를 확대하는 쪽으로, 전문 웹 에이전시들은 주 종목을 전문화하는 양상으로 업계가 진화해가고 있다. 이제 종합화냐 전문화냐 두 가지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가지에 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모션의 안승해 실장은 “국내 웹 에이전시 업계는 단순히 웹 사이트 디자인 개념에서 출발한 1단계를 지나 e비즈니스 컨설팅이 가미된 2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관련 모든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e-서비스 기업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에서 출발한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서둘러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인력을 대거 보강해 핵심 솔루션들을 자체 개발하고 또 부족한 부분은 유망 솔루션 기업들을 통해 아웃소싱하는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어제까지 디자인 회사로 불리던 기업들이 지금은 솔루션 기업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테크놀로지를 대폭 강화한 상태다.

해외업체는 국내로, 국내업체는 해외로

최근 웹 에이전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데는 에이전시닷컴이나 오픈타이드 같은 대형 업체들의 시장 참여가 한 몫 했다.

에이전시닷컴은 재미교포 1.5세대인 서찬원씨가 설립한 웹 에이전시 업체. 지난 95년 미국에서 문을 열어 미국과 유럽에 14개 사무소, 1천5백여명의 인력을 갖춘 대형 웹 에이전시다. 지난 해만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두 배 성장한 2억 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에이전시닷컴은 지난 9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에이전시닷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오픈타이드는 e삼성의 계열사로 국내 대기업의 웹 에이전시 진출에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세계 제1의 웹 에이전시 업체인 마치 퍼스트와 제휴를 선언,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밖에 레이저피시나 사피엔트, iXL 등 해외기업들도 국내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국내 웹 에이전시 몇몇 업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단독 진출보다는 마치퍼스트와 오픈타이드의 경우처럼 제휴 형태로 진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LG나 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오픈타이드 설립에 자극받아 계열사 형태의 웹 에이전시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유망한 몇몇 국내 기업에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업체의 국내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기업의 해외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클릭컴뮤니케이션의 경우 클릭 뉴욕이라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클릭컴뮤니케이션은 국내에서 디자이너와 플래너 6명을 보낸데 이어 현지에서 미국인 4명을 채용, 현재 10명 규모로 미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미국기업으로 AMS라는 물류회사와 미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한 곳의 일을 수주한 상태.

클릭컴뮤니케이션의 홍석진 팀장은 “이 외에 현재 메릴린치와도 협의 중에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1백만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나인도 클라우드 나인 USA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홍익인터넷은 인도의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트라이진, 플레닛 아시아와 솔루션 개발 및 기술지원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디자인스톰이 일본 인터넷 벤처기업인 BBI 재팬의 웹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 ‘Capeeo’ 제작을 수주했으며 드림원은 BBI 재팬에 5년간 매년 약 1백억대의 솔루션 판매 외에 웹 기반의 SI를 수행하기로 확정지은 상태다.

이 두 회사 모두 앞으로 일본 내에서의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당장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 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은 소규모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현지에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FID의 경우 일본 법인을 출범시켰으며 이를 위해 일본 현지 전문가를 채용하고 국내에서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인력을 파견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 웹 에이전시의 해외 진출의 성공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과연 국내 웹 에이전시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오픈타이드의 김기종 사장은 “국내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전략이나 컨설팅 측면에서 미국 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도 인맥을 통해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 기반이 전혀 없는 국내 기업이 한국기업의 현지법인이나 교포 관련 비즈니스가 아닌 순수한 미국 시장의 수주전에서 일을 따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국내 웹 에이전시 업체의 경우 영업을 현지 인력에 의존하거나 현지 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드림원의 황지윤 사장도 “미국 시장에 독자 진출해서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재 미국 인텍 솔루션스라는 미국 웹 에이전시 업체와 제휴, 상호 프로젝트 교환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클릭컴뮤니케이션의 홍석진 팀장은 “미국 진출을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2년 여의 준비를 거쳤다”며 “디자인은 인정을 받고 있는 상태며 인건비가 3배 정도 싸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의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웹 에이전시 업계의 거의 모든 업체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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