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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세계은행, 개도국 끌어안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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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내정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15일 페루 리마에 있는 문화센터를 방문해 현지 여성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16일 수락 성명을 통해 “세계은행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와의 연대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리마 AP=연합뉴스]

‘짐 용 킴(Jim Yong Kim, 한국이름 김용)이 세계은행 지도자로 선출됐다. 미국은 세계은행 안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6일 오후(현지시간) 김용(52)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의 세계은행 총재 선출 소식을 전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 제목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총재 선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계은행이 1945년 설립된 이래 66년 동안 총재 경선이 치러진 건 처음이다. 그동안엔 미국이 지명하면 만장일치 지지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이 지명한 김 총장에 맞서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이 도전장을 던졌다. 오캄포 전 장관은 지난 5일 “총재 선출이 미국의 횡포로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후보직을 사퇴하곤 오콘조 이웨알라 장관과 단일화도 이뤘다. 단일화 진영의 논리는 간단했다.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미국의 전횡을 이번에는 ‘손을 보자’는 것이었다. 아시아와 남미·아프리카 대륙 등 신흥개발국들의 도전은 거셌다. 영국 언론인 파이낸셜 타임지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며 김 총장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지닌 김 총장의 경력이 금융 분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거사는 실패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25명의 이사진 중 이곳저곳에서 표가 나왔다”고 표현할 만큼 표는 갈렸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경쟁자였던 오콘조 이웨알라 장관은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총재 선출 절차는 더 투명해져야 한다”며 “다음 총재는 잘못된 방식으로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김 총재 선출 직후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졌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의 지지에 감사한다”는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재의 임기(5년)는 7월 1일 공식 시작된다. 로버트 졸릭 총재의 뒤를 이은 김 총재의 세계은행은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신흥개발국들의 불만을 다독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신임 김 총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김 총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희망이 없던 한국이 지금 이뤄낸 성과를 보라”며 “이런 경험을 살려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선출 직후 수락연설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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