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애틀란타의 블랙홀

중앙일보

입력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의 트로피를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다.

애틀란타는 메이저리그 30개팀중에서 지난 9시즌동안 포스트시즌을 거르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한차례.

애틀란타의 포스트시즌 징크스는 96년 월드시리즈부터 시작됐다.

당시 첫 두게임에서 기분 좋은 2연승을 따내며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던 애틀란타는 그 후 뉴욕 양키스에게 악몽의 4연패를 당하고 만다.

97년 플로리다, 98년에는 샌디에이고라는 복병에게 덜미를 잡혔던 애틀란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앙갚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4연패의 수모. 올해는 아예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정규시즌의 성공과 포스트시즌의 실패. 도대체 브레이브스의 전력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96년의 애틀란타로 돌아가보자.

마운드에는 그 해 24승을 거두며 사이영상을 차지했던 존 스몰츠를 필두로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의 3인방, '영건' 스티브 에이버리와 데니 네이글의 좌완 듀오가 버티고 있었다. 마무리는 당시 100마일을 던졌던 마크 월러스.

타선은 리그 최고의 1번타자 마퀴스 그리솜부터 데이빗 저스티스, 프레드 맥그리프, 라이언 클레스코, 치퍼 존스, 하비 로페즈의 파워라인. 떠오르는 스타 저메인 다이와 앤드류 존스까지. 그야말로 투수들에게 숨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타선이었다.

97년 애틀란타는 터너 필드라는 새구장으로 이전했다.

터너 필드는 철저히 3인방을 계산하에 두고 지어진 구장이었다. 넓은 파울지역과 외야. 게다가 우측 외야에서 불어오는 맞바람.

그리고 그때부터 애틀란타는 터너 필드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 즉 홈런수에 큰 손해를 보는 파워 좌타자들을 하나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저스티스, 맥그리프, 클레스코 등. 하지만 이들은 다른 팀에서는 없어서 못 구하는 한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한 좌타자들이었다.

97년 이후 애틀란타에 일어난 변화는 간단하다. 바로 좌타선의 파워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올 시즌 애틀란타에서 15홈런 이상을 친 타자는 치퍼 존스(36개), 앤드류 존스(36개), 안드레스 갈라라가(28개), 하비 로페즈(24개), 브라이언 조던(17개)의 다섯명. 이중에서 스위치 히터인 치퍼 존스를 제외하면 좌타자는 아무도 없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필요한 한가지는 역시 162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든든한 투수진이다. 하지만 정상급의 팀들이 맞붙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사소한 약점에서 승부가 갈린다. 즉 월드시리즈를 위해서는 100+80이 아닌 90+90의 균형잡힌 전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FA 최대어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결국 아버지의 고향 팀인 신시내티로 이적했지만, 애초에 그가 가고 싶어했던 팀은 애틀란타였다. 집이 있는 플로리다 근처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말은 플로리다 말린스나 템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아닌 바로 조지아주에 있는 애틀란타를 지목한 말이었다. 그러나 애틀란타는 그리피를 잡지 않았다.

얼마전 애틀란타는 더이상의 선수영입은 없다고 밝혔다. 그 선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애틀란타는 여전히 투수력 강화를 신경쓰고 있는 분위기다.

그들은 내년에도 이와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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