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제1회 영국애니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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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미국 디즈니사의 작품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상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크게 틀린 것도 아니지만 전통이나 작품성 면에서는 영국 애니메이션이 분명 한수 위다.

1백년 역사를 통해 이뤄낸 다양한 기법의 실험적인 영국 애니메이션은 세계시장에서 널리 인정받는다. 하지만 국내 극장가에서는 지금까지〈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외하곤 영국 애니메이션이 거의 소개되지 않아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8~15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영상관과 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회 영국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한 영국문화원(원장 마크 봄필드)과 서울애니메이션센터(대표이사 정귀래)가 공동 개최하는 이 축제에는 국내 개봉을 앞둔 〈치킨 런〉을 비롯 영국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30여편이 선보인다.

부대행사로 강연(12월 11~12일)과 워크샵(11~13일)도 마련됐다.

특히 눈여겨 볼 작품은 BBC와 채널4.S4C 등 방송사들이 제작지원한 애니메이션들. 방송사들의 체계적인 작가 지원 덕분에 성장을 거듭해온 영국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토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할리우드에서도 기술력과 기획력을 인정받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성장 역시 방송사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닉 파크와 함께〈치킨 런〉을 공동감독한 피터 로드가 무명시절 만든 16㎜애니메이션을 BBC가 구입해준 것이 아드만을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아드만은 BBC.채널4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방송사 가운데 채널4는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는 중요한 창구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이 방송사는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지방방송사에서도 나타난다. 웨일스 지방방송인 S4C 역시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한다. 이 행사에서 상영하는 성서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햄릿〉〈플랫월드〉〈리골레토〉〈페이머스 프레드〉등 단편을 지원했다.

또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법의 애니메이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영화제만의 매력이다.

할리우드도 허리를 굽힐 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클레이메이션〈치킨 런〉을 비롯해 퍼펫 애니메이션〈햄릿〉〈아킬리스〉 , 오일&셀 애니메이션〈당신 좋으실대로〉 , 셀 애니메이션 〈한여름밤의 꿈〉〈일탈〉 , 모델 애니메이션〈플랫월드〉 , 컴퓨터 애니메이션〈침묵〉 , 드로잉 애니메이션〈마을〉 , 여러 기법을 섞은 애니메이션〈캔터베리 이야기〉등을 통해 다양한 기법의 장단점을 영화감상으로 자연스럽게 맛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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