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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이면합의설 의혹]

중앙일보

입력

그동안 굵직한 공공.금융.기업개혁 성과가 발표되고 나면 '이면합의' 나 '별도협약' 이 있다는 시비가 일어 개혁작업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파업개시 직전에 극적으로 철회된 한국전력 노사협상에서도 이런 이면 합의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3일 밤 심야협상을 거쳐 발표된 노사 합의사항은 휴가.휴직제도의 개선 및 지역노사협의회 설치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과 '향후 분할.민영화과정에서 양측이 고용보장을 위해 성실히 협의한다' 는 내용의 부속합의서가 전부다.

하지만 협상장에서 노조측이 제기했고 일부 내용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던 '분할되는 회사 임직원의 처우' 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회사측은 부인하지만 주변에서는 "노조측이 파업까지 철회하는 마당에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아무런 합의나 암묵적 약속도 받아내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와 금융노련간의 이면합의설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7월 금융 총파업 타결 당시 정부가 노조측에 "금융지주회사를 외국계에 넘기지 않고 고용안정도 보장키로 약속했다" 는 관측인데, 실제로 이용득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은 최근 파업타결 당시 이면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올해 3월 김상훈 신임 국민은행장 취임 당시 회사측이 전직원에게 1백%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명예퇴직금을 인상해준 것도 노조측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이면합의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이면합의 파동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부분을 제대로 밝히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업을 수습한다는 목적으로 임의로 민영화 철폐 및 상당수 노조원에게 1호봉 특급 승급을 약속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진 한국전력기술 박상기 사장이 사퇴한 것이 그동안 이면합의에 대해 책임진 유일한 사례일 정도다.

한 공기업 대표는 "파업 움직임이 있을 경우 정부는 아무 권한도 주지 않은 채 무조건 막으라고만 하고, 손발이 돼야 할 간부들은 오히려 노조원과 이해관계가 같은 처지" 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부 사장들이 이면합의를 택하는 처지도 이해해야 한다" 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산업정책실장은 "개혁의 성과에 급급하거나 이해 당사자에게 개혁을 맡길 때 이런 이면합의가 생긴다" 며 "이면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은 그만큼 이해관계와 기득권이 있었다는 말인 만큼 효율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면합의를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양성화.투명화시켜 적정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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