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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경쟁력 세계1위 비결은 인센티브·국제 표준특허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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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4세대 이동통신기술 개발보고회에서 3D 동영상 서비스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의 지난해 연봉은 1억3600만원이었다. 1900명의 연구원 중 원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이 25명이고, 억대 연봉자도 전체의 25%인 476명이다. ETRI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600만원으로 이공계 국책연구소에서 가장 높다. 기술 이전 대가로 받는 로열티 등 인센티브 덕분이다. 성과를 낸 만큼 대가를 돌려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들은 ETRI가 최근 미국 지식재산 전문잡지인 ‘IP투데이’가 발표한 세계 연구기관의 특허 경쟁력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로 ▶인센티브 ▶국제 표준특허 확보 ▶기술 사업화 전략 등을 꼽았다. IP투데이는 세계 기업과 연구소·대학·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특허의 경쟁력을 평가해 매년 발표한다. 올 평가에서 ETRI가 1위, 미국 캘리포니아대, 대만 ITRI, 미국 MIT, 미국 해군 순이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10위를 했다.

ETRI 김흥남 원장

 ETRI 김흥남 원장은 “특허 경쟁력은 곧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의미한다”며 “IP투데이의 평가는 ETRI가 이제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TRI의 특허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 2008, 2009년 있었다. ETRI가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HTC, 핀란드 노키아, 미국 모토로라, 일본 소니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20여 개 업체를 3세대 이동통신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계류 중인데, 6개 업체가 로열티를 내기로 하고 계약을 했을 정도다. 6개 업체로부터 받을 로열티는 3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TRI가 보유한 특허는 1만9630건, 지난해 로열티 수입은 260억원이다. 4세대 초고속 이동통신 기술 등 전자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등록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강력한 특허권을 구사할 수 있는 국제 표준특허도 251건이나 된다. 이는 세계 공공 연구기관 중 최다 건수다.

 ETRI의 기술 사업화와 시장 친화적인 기술 개발 전략도 관심을 끌고 있다. ETRI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개발기술의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창업의욕과 기술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12개 ‘연구소 기업’이 설립됐다. ETRI는 이들 기업에 기술과 자금을 출자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들 기업이 코스닥 등에 등록해 수익이 나면 연구소의 연구개발기금으로 적립된다. 2008년부터 실시한 기술 이전 예보제도도 기술 이전을 촉진하고 있다. 올 3월 현재 114개의 기술이 예고됐다. 기업들은 이들 목록을 보고 필요한 기술을 찾게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1976년 설립된 국책연구소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식교환기(TDX), 초고집적 반도체(DRAM),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CDMA),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등을 개발해 국산 정보통신 기술을 견인했다. 19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공계 국책연구소 중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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