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돈맥경화' 심화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에서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는 신용경색이 심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직 위기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전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지표인 주가와 회사채 금리는 최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연중 최고치에 비해 46%나 하락했고,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와 미 재무부 채권과의 금리 차이는 199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오히려 높아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기업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전형적인 신용경색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와 러시아에 위기가 닥쳤던 97~98년 상황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당시는 신흥시장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과도한 투기로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전염됐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신용이 낮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대기업들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 조정한 것이 좋지 않은 신호라고 지적했다.

골드먼삭스의 개빈 데이비스는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인 기업어음(CP)시장이 특히 심각한 상황" 이라며 "신용경색은 시간이 가면서 해소되기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