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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안 국회통과 의미와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국회가 30일 오후 공적자금 추가조성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국회가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적극 지지하고 협조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수혈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한국의 구조조정이 정치권의 정쟁으로 인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해왔다. 이제는 적어도 정치싸움 때문에 개혁전반이 후퇴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업체 노동조합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등 암초는 곳곳에 남아있다.

따라서 공적자금 조성은 이제 구조조정과 그 궁극적 목표인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추가조성, 경제에 어떤 영향주나
공적자금에 대한 국회동의가 이뤄지면 금융.기업구조조정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제거된다.

그동안 정부는 공적자금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간절히 요청해왔다. 공적자금이 없으면 부실한 은행.종금.금고.신협을 정리할 수 없고 이는 올해안으로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끝낸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못지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적자금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구조조정보다 경쟁력 향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당초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더욱 큰 문제는 더이상 외국인을 포함한 시장이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결과는 금융불안과 기업부실의 상호작용, 급속한 경기하강이다.

아울러 이번 공적자금 조성은 적어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 정치권에 의해 발목잡히지 않는다는 믿음을 외국인에게 줬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심리에 따라 주식과 환율시장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대외 신인도는 매우 중요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여야가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국회의 이런 자세는 금융.기업.노동.공공 등 4대부문의 개혁을 마무리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적자금 40조원으로 충분한가
다소 빠듯하다는게 정부의 솔직한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10월10일 국무회의를 열어 40조원을 조성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후에 11.3기업퇴출, 대우차 부도 등으로 3조∼5조원의 추가소요가 발생했다. 현대건설, 쌍용양회 등이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 액수는 더욱 불어난다.

따라서 정부는 국회가 추가 공적자금 규모를 45조∼55조원으로 늘려주기를 기대했다. 40조원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자마자 또다시 액수를 변경하는데 따른 부담때문에 직접 증액을 요청하지는 못했지만 그 필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혈세를 방만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결국 40조원으로 묶을 계획이다. 사실상 현실화된 소요보다 적은 수준에서 공적자금이 조성되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예상치 않은 공적자금 소요가 발생할 경우다. 특히 올해 하반기들어 국내외 악재의 돌출로 인해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 기업부도가 잇따를 경우 공적자금 소요는 더욱 늘어난다.

정부는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해 다시 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적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나
정부는 당장 다음달에 필요한 10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다음달 소요액은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 출자지원 2조∼3조원 ▲서울보증보험 출자 2조원 ▲영남.한스.한국.중앙종금 통합 1조∼1조5천억원 ▲한아름종금 손실보전 1조원 ▲보험.금고.신협 2조∼3조원 등이다.

예금보험기금채권은 공모발행과 사모발행 2가지를 검토하되 시장에 부담을 주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모발행 규모는 가능한한 줄일 계획이다.

공모발행의 경우 예금공사가 현금을 손에 쥐는데 15일정도 걸린다. 국회 동의안이 정부를 거쳐 예금공사에 이르는 행정절차에 1주일 정도 소요된다. 또 1주일 동안채권 발행에 대해 공고를 해야 한다.

사모방식의 경우 예금공사가 발행 채권을 부실금융기관에 주고 보통주를 받는 것인 만큼 시장에 대한 부담도 없고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예금공사 관계자는 "예금대지급 소요 등을 위해서는 공모발행을 통해 일정액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금액이 적더라도 가뜩이나 위축된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부담은 얼마나 되나
이번 국회동의로 금융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액은 지난 8월말까지의 109조6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150조에 이른다.

이중 실제로 국민부담으로 돌아오는 액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조원은 넘을것으로 전망된다.

이 액수는 ▲1차 공적자금 64조원 채권에 대한 이자 28조원과 ▲예금보험공사가 1차 공적자금으로 출연.대지급한 액수 가운데 회수 불능이 확실시되는 15조원 ▲2차공적자금에 대한 이자 15조∼18조원 등이다.

이에따라 4인가족 기준 가구당 500만원 가량의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증자.자산매입.부실채권매입 등을 통한 지원액이 전액 회수된다면 국민 부담은 이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이들 투입자금이 모두 회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국민부담은 이 액수보다 훨씬 늘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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