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해, 검·경 여죄 캐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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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원시 지동의 20대 여성 토막 살해범 우위안춘(오원춘·42)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갔다. 우씨의 추가 범행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인데 수사권 조정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경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씨의 신병은 지난 10일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으로 송치됐다. 제3형사부가 사건을 맡는다. 부장검사의 지휘 아래 강력팀 검사(3명)와 수사관(4명)이 전원 투입됐다. 선임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등에서 강력사건 경험이 많은 천기홍(33·연수원 32기) 검사다. 대검찰청 심리분석관 등을 투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죄를 규명하려는 강한 의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뒤늦게 경기경찰청과 수원중부서 강력형사 20여 명으로 ‘여죄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대형 강력사건의 수사본부와 맞먹는 규모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으로 보다가 여죄 수사 기회를 놓쳤다. 송치 하루 전날(9일) 계획된 납치 장면이 담긴 방범용 폐쇄회로TV(CCTV)를 뒤늦게 확인하고 여죄 수사로 방향을 틀었다. 경찰은 우씨가 머물렀던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여성들을 중심으로 우씨의 범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양쪽이 여죄 수사에 주력하는 이유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미칠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여죄를 찾아내는 쪽이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경찰로서는 물러설 곳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여죄를 찾아내면 수사 소홀에 대한 책임 범위가 지금보다 더 넓어지게 된다. 앞으로 수사권 독립의 명분도 사라진다”며 “검찰에 밀리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여죄를 못 찾아도 잃을 것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여죄를 찾았을 때 조직이 얻을 무형의 이익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쪽의 수사 경쟁이 수사력을 분산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대 표창원(범죄심리학) 교수는 “범인을 압박해 자백을 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이 우씨를 기소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송치일로부터 최대 20일(이달 29일)이다.

수원=정영진·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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