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 환율 안정세 … 증시 명예회복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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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신흥국 시장은 2001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후 크게 도약했다.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인 동시에 세계경제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선진 시장인 미국이 어려움을 딛고 5% 상승한 반면 인도·중국·브라질을 포함한 대부분 신흥국 증시는 18% 이상 하락했다.

 올 1분기는 상황이 또 달라졌다. 신흥국 증시가 다시 선진국 증시를 앞질렀다. 지난해 가장 부진했던 인도가 1분기 13.5% 이상 오르며 선전했다. 브라질·중국도 각각 8.7%, 3.6% 올랐다. 단기 상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성장할 것임을 알려 주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젊은 층이 많은 인구 구성비나 잠재적 구매력 등은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훨씬 크다. 어느 누구도 세계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의 30억 인구가 수십 년간 소비를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로 신흥국은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중 하나가 복지다. 선진 시장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도 의료·실업 등 복지 문제에 고군분투해야 한다. 신흥국 시장은 아무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거의 제로 성장에 머물렀다. 반면 신흥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7% 이상 성장해 왔다. 또 선진국이 디플레이션 압박을 받았지만 신흥국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모든 상황이 신흥국 시장에 호의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신흥국은 각국 고유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면서 긴축을 완화하고 성장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책적 여지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재정 완화로 풀려나온 돈이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재발할 수도 있다.

 신흥국의 환율 변동폭이 큰 것도 유의점이다.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는 12%, 인도 루피화는 19%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올 연초 이후 루피화는 과거 1950년대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향후 추가적인 안정세가 예상된다.

또 달러가 지속적으로 신흥국으로 유입하면서 수요공급 측면에서 신흥국의 현지 통화가 보다 유리한 상황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현지 통화 강세).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요소는 바로 소비다. 내수는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통화 안정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신흥국 시장 성장동력은 단기적인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뚜렷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다.

고팔 아그라왈 미래에셋 자산운용 인도법인 최고운용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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