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승현 게이트] 짐 맬런-진승현 '잘못된 만남'

중앙일보

입력

국내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과 한국시장 진출을 꾀하던 영국계 금융자본가 짐 맬런 i리젠트그룹 회장.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MCI코리아가 i리젠트그룹의 금융지주회사인 KOL의 2차 증자에 참여하면서 업무적으로 처음 만났으나 1년5개월 만에 결국 파경을 맞게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리젠트증권 고창곤 전 사장. 미국 유학 후 산업증권 홍콩지점에서 근무했던 高씨는 마침 역외펀드 운영업무를 맡으면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던 리젠트퍼시픽(현 i리젠트)그룹 맬런 회장을 만났다.

당시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맬런 회장에게 1998년 초 高씨는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대유증권을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맬런 회장은 高씨에게 대유증권 인수업무를 맡겼고,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산업증권 대리였던 高씨는 99년 5월 리젠트증권의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맬런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이 무렵 진승현 부회장은 국내 벤처기업 사냥으로 큰 돈을 벌어 유망한 기업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陳씨를 高씨에게 소개시켜준 사람은 高씨의 미국 유학시절 친구였으며, 陳씨와 高씨는 이른 시일 내에 가까운 관계가 됐다.

KOL이 99년 6월 2차 증자를 추진할 당시 高씨는 陳씨를 리젠트측에 '3천만달러를 투자할 만한 믿음직한 투자자' 라고 소개했다는 것.

당시 증자를 추진해 왔던 맬런 회장은 高씨의 추천이 있는 데다 MCI코리아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陳씨를 투자자로 참여시켰다.

陳씨가 99년 10~11월 사이 리젠트증권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 "맬런 회장의 부탁 때문" 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99년 말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사이는 올해 들면서 급격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로빈 윌리 KOL대표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3월 KOL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陳씨가 高씨와 공모해 부당 대출을 해준 사실을 확인하고 陳씨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뜻을 5월께 금감원에 알렸다" 고 밝힌 데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陳씨를 소개하고 그에게 대출을 내준 高씨는 8월 리젠트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들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이 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