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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김용민 지지 영상' 찍었다가…'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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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7~8년 전 막말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구라씨가 그를 돕겠다며 ‘김용민 지지 동영상’을 찍으면서였다.

 지난 1일 김 후보의 경쟁자인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의 온라인 담당자는 동영상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김구라씨가 김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고 한다. 2분26초짜리 동영상에서 김씨는 “김용민 후보와 나의 인연 때문에 이렇게 서게 됐다”며 “김 후보는 10여 년간 지켜본 동생”이라고 김 후보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이를 본 인터넷 담당자는 ‘김구라’ ‘김용민’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흔적을 찾아냈다. 어렵지 않게 2004~2005년 인터넷 방송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이라는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회원 가입 후 방송을 들었더니 문제의 발언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2일 오전 이 후보 측은 새누리당 민원국을 찾아가 방송 내용을 담은 CD와 녹취록을 넘겼고, 이 자료는 곧바로 대변인실로 전달됐다. 새누리당은 이를 토대로 여러 편으로 나누어진 방송 분량을 하나의 동영상으로 모으는 편집작업을 했다. 이후 동영상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했고, 이를 계기로 그날 오후부터 동영상은 퍼져나갔다.

 다음 날인 3일 오전 장덕상 부대변인 명의로 “막말, 성(性)적 저질 발언의 김용민 후보자는 사퇴해야”라는 제목의 공식 논평이 나온 후에는 트위터 등 온라인이 ‘김용민 막말’로 삽시간에 뒤덮였다. 우연과 기획의 절묘한 조화였던 셈이다. 그러면서 결국 ‘막말 방송’의 동지인 김씨가 김 후보를 비호하며 베풀려던 선의가 김 후보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의 막말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며 “민주당이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사퇴 문제에 대해선 “상대 후보에 대한 도리가 있는데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진 기자

8년 전 방송 발언 어떻게 찾았나
김구라의 김용민 지지 영상이 ‘막말 창고’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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