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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한 그릇에 5000원 … 값도 정성도 14년 전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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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정문 맞은편에 있는 ‘유천칡냉면’은 14년 전의 음식값을 고수하고 있다. 1997년 개업 당시에는 냉면 한 그릇에 대 5000원, 중 4500원, 소 4000원을 각각 받았다. 이후 규격은 하나로 통일했지만, 값은 지금까지 5000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냉면 전문점보다 2000~5000원이 저렴하다. 주변에 있는 전북대 학생들에게는 냉면사리를 무료로 내놓기도 한다.

 정덕임(54)사장은 “고추가루값만 몇 배가 올랐는데 재료비·인건비를 따지면 장사 못한다. 아들·딸 등이 식당 운영을 도와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며 “이익을 덜 남기더라도 싸게 팔면 손님이 더 많이 몰린다고 생각한다. 늘 찾아 오는 단골들에게 정성을 팔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이다”고 말했다.

 전북도가 유천칡냉면처럼 ‘착한 가게’ 230곳을 선정했다.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가격은 지역 업소의 평균 미만을 받는 곳이다. 종업원 친절과 청결도, 재료의 원산지 표시 등 기준을 엄격하게 따져 뽑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남원이 28곳으로 가장 많고 전주 9곳, 군산 18곳, 익산 15곳 등이다. 업종으로는 한식·일식·중식 등 음식점뿐 아니라 미용실·세탁소·숙박업소 등이 포함돼 있다.

 군산시 삼학동 끌레모아 미용실은 퍼머 가격이 1만5000만원이다. 다른 도심 미용실에서는 보통 5만원 , 많게는 10만원을 받는다. 커트는 5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3000~4000원이 싸다. 주인 이이순(61)씨는 “염색약이 1~2년마다 1000원씩 오르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동네 노인, 영세민 등 손님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을 뻔히 아는데 요금을 올릴 수 없어 13년째 똑같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종업원 두지 않고 혼자서 하니 인건비 벌어 쓴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너무 싸다’며 5000원~1만원을 더 주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주군 무주읍의 청운회관은 10년째 오리 1인분(200g)에 5000원씩을 받고 있다. 다른 식당보다 2000~4000원이 저렴하다. 하지만 고기는 물론 밑반찬이 정성스럽고,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이 나 결혼식·회갑연 피로연 등 단체 예약이 줄을 잇는다.

 전북도는 이들 착한 가게 이용 운동을 적극 펼쳐 나갈 계획이다. 정헌율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 시·군의 홈페이지에 착한 가게 명단을 올리고 , 공공기관은 실·과별로 월 1회 이상 착한 가게 다니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저리융자 등 재정지원을 해줄 방침이다. 홍보·점포운영 컨설팅과 상수도 요금 30%감면 혜택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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