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번호 알았지? 대리운전 문자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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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로 쏟아져 들어오는 대리운전 광고 문자메시지의 비밀이 밝혀졌다. 이런 스팸 메시지가 넘쳐나는 건 ‘해킹’ 때문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김봉석 부장검사)는 해킹당한 S대리운전 운행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대출 관련 DB 등 2600만 건의 개인정보를 거래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로 판매상 임모(44)씨를 구속 기소하고 해킹된 DB를 구매한 대리운전업체 사장 오모(54)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에 거주하는 해커 배모(41·기소 중지)씨가 불법 해킹한 개인정보 DB를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는 S대리운전업체 광고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수백만 건의 대리운전 스팸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들이 불법 사용한 DB는 2600만 건. 이 속에는 우리나라 전체 승용차 운전자의 절반이 넘는 767만여 명의 운전자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휴대전화 등 이동전화에 스팸 메시지가 오는 경로가 확인됐다. 일단 필리핀에 거주 중인 해커 배씨가 대리운전회사와 대출업체 서버를 해킹해 DB를 확보했다. 이어 배씨는 수익의 일부를 넘겨 받는 조건으로 중간판매상인 임씨 등에게 자료를 넘겼다. 임씨 등은 지인들을 통해 중소 규모의 대리운전업체에 300만~500만원의 가격으로 DB 구매를 판매했다. 대리운전업체는 DB 속에 포함된 전화번호로 수백만 통의 광고성 스팸 메시지를 보냈다. 해커 배씨는 ‘DB 구매 시 스팸문자를 최저가로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해킹부터 스팸문자까지 패키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중간판매상 임씨는 지난해 9~12월 배씨로부터 대리운전 운행정보 관리업체의 DB 2600만여 건과 한 대부업체의 고객 정보 350여 건을 넘겨 받아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하는 오씨에게 130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치과의사 2만6000여 명의 개인정보도 열람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개인정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협회가 타깃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씨 등 중간 판매상으로부터 각기 1000만 건 내외의 대리운전 운행정보를 구입한 Y대리운전 대표 고모(45)씨 등 5명은 불법 DB를 활용해 자사를 홍보하는 광고성 스팸문자 수백만 건을 뿌렸다.

 검찰은 배씨가 추가로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배씨의 작업견적서를 보면 그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6개 회사의 보안등급을 SSS·SS·S 3등급으로 나눈 뒤 난이도에 따라 1500만원에서 3200만원까지 대금을 받고 해킹을 해준다고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리운전 운행정보 DB 등은 단순히 스팸 메시지뿐 아니라 위치 등을 노출해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개인정보 DB를 관리하는 사이트의 보안 강화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추가로 해킹당한 업체와 DB의 추가판매·유통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키로 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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