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빚더미 지자체 구조조정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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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무원을 ‘철밥그릇’이라고 하는 건 정년 보장에다 임금 체불 위험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천시에서 공무원 임금의 일부를 체불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체불 사태는 하루 만에 해결됐지만, 빚더미 지자체의 유동성이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인천시는 원래 2일 지급해야 하는 직원들의 사실상 월급인 복리후생비 20억원 중 15억원을 3일 지급했다. 2일 인천시 잔고가 30억원에 불과해 예비비를 남기면 지급할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해 예산만 약 8조원 가까운 인천시가 20억원을 동원하지 못해 임금을 체불한 것이다.

 인천시는 이를 ‘유동성의 일시적 미스매치’로 설명한다. 하지만 인천시에 재정파탄 경고음이 울린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올 초에는 실적을 부풀린 분식회계로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인천시의 재정위기는 과도한 선심성·과시용 대형공사를 벌인 ‘묻지마 행정’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9년 개최했던 ‘세계도시축전’은 1400억원을 쓰고 장부상 적자도 150억원을 냈다. 특히 이 행사를 위해 건설된 인천역~월미도 은하레일은 전시행정 폐해의 상징으로 꼽힐 정도다. 863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지금껏 운행을 못하고 철거에 또 몇 백억원이 들어가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의 경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조차 기존 시설을 이용하자고 했음에도 5000억원을 들여 신축에 나서는가 하면, 도시철도 2호선도 아시안게임 일정에 맞춘다며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느라 빚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인천시의 부채는 3조1842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엔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무원 수당 일부를 삭감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정위기에 봉착한 지자체가 인천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어 ‘주의’ 단계인 지자체가 인천을 포함해 광역 3곳, 기초 1곳 등 4곳이나 된다. 10~25%로 주의 단계로 올라갈 우려가 있는 지자체는 57곳에 달한다. 이렇게 지자체의 4분의 1 정도가 빚더미에 올라 있다.

 지자체의 파산도 이젠 남의 얘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2006년 파산을 선언했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는 파산 이후 공무원의 절반이 구조조정됐고, 살아남은 공무원도 임금 절반을 삭감했으며, 버스값은 인근 도시의 3~4배까지 오르고, 세금은 늘고 복지는 주는 등 시와 시민 전체가 처절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이 단계까지 가지 않으려면 지자체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빚더미 지자체들은 선심성 행정과 과시형 공사 계획을 중단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공무원 수를 줄이는 등 지금 당장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