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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법의 환상적인 조화 〈나이트엔젤〉

중앙일보

입력

어떤 것이든 잃어버리고 나면 더욱 그 소중함이 절실히 다가온다고 했다. 평생 그 느낌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잠깐 동안 겪어보는 것도 다르게보면 행운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소중한 경험과 함께 운명의 짝을 만나는 한 남자가 있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 한 남자는 신비로운 여인에 매료되어 그녀를 따라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사고로 눈을 다치고 며칠동안 안대를 하고 생활하게 된다. 병원을 다녀온 그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집으로 들어간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암흑이다. 이쪽으로 가려하면 갑자기 벽이 튀어나오고 뒤쪽에서 탁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집 여기저기 가구들이 그를 위협하고 비가 창문을 밀어 제치고 뿌려대지만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때 그가 보았던 환상의 여인, 천사가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천사는 그의 눈이 되어주고 시력을 회복할 때까지 그를 보살펴 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드러나는 것은 어두운 곳을 헤매는 장면 표현이다. 깜깜한 화면에 인물을 세우고 손을 데는 곳만 환하게 물건이 표현된다. 이것은 인형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인물에 핀스크린의 기법을 배경으로 쓴 것인데, 손의 감각이 눈의 역할을 할 때의 그 느낌을 아주 잘 살렸다.

〈나이트엔젤〉은 환상적인 느낌과 현실적인 요소가 두루 가미된 작품으로 대사없이 음악으로만 진행된다. 이것은 인형애니메이션에 핀스크린이라는 제작 방식의 톡특한 결합으로 더욱 훌륭하게 드러난다.

캐나다 출신으로 일찍 핀스크린 기법에 매료되었던 자크 드루앵과 프라하에서 인형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도 한 체코 출신 브레티블라브 포야르가 만나 이룩한 첫 '핀스크린 인형애니메이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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