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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요구에 대한 정부 입장]

중앙일보

입력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등 21개 농민단체의 일차적인 요구사항은 지난달 입법청원한 '농가부채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 의 통과다.

이를 위해 이들은 13일부터 이미 각종 집회.포스터 제작.합동 기자회견 등 조직적 활동을 해왔다. 특히 82명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입법청원에 대한 지지서약서를 받아놓은 상태다.

입법청원의 내용은 농가부채(1999년 말 대출잔액 기준 41조원대)가운데 ▶정부의 정책자금(14조원대) 원리금을 5년간 상환유예한 뒤 10년거치 10년 분할상환(연리 3%)▶농협중앙회.일선조합 등 일반 상호금융(27조원대)을 5년거치 10년 균분상환(연리 5%)▶모든 연대보증은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대체▶연체이자 탕감 등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초 '터무니 없는 요구' 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채 상환액의 60%가 내년과 내후년에 몰려 있는 점 등을 감안,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했다.

최근 10%대의 상호금융 금리를 정책자금 금리 수준(5~6%)으로 낮춰주고 경영안정자금도 1조원 늘리는 대책을 내놓은 것.

이어 지난 20일 한갑수(韓甲洙)농림부장관은 "원리금을 상환할 경우 연체이자는 받지 않고 정책자금 중 일정분을 장기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고 밝혔었다.

농민단체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정부는 향후 25년간 45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누구도 자율경영과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한농(韓農)측은 "흥청망청한 은행과 기업에 1백조원도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가장 소외된 농민에게는 1조원도 아까워한다" 며 추가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농사 대신에 채소.과실.축산업을 육성한다며 시설위주의 대규모 융자사업을 벌인 것이 오늘날 부채증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림부는 이제 농가소득과 부채는 개인별 문제이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조짐이다.

현재 농가의 연 평균 소득은 2천2백32만원(부채는 1천8백53만원)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상위 계층의 소득은 늘고 있고 부채없는 농가의 비율도 98년 16%에서 99년 22%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억원대 부자농민들의 탄생은 농업도 이제는 산업으로서의 경쟁구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라며 "영세농가를 위해 논농업직불제.농작물재해보험제도 등 기초적 생활안전 장치는 강화하되 전체적으로는 책임경영과 이윤경영체제로 고수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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