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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청춘에게 고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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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신홍
정치부문 차장

2030세대는 늘 정치 아웃사이더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죽하면 미국 정치사에도 “젊은 층에 표를 호소하는 후보의 또 다른 이름은 패배자(loser)”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전해져 왔겠는가.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는 젊은 세대를 챙기는 것은 득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20~30대 유권자 비율은 높지만 투표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8년 18대 총선만 해도 19~39세 유권자는 전체의 43.1%를 차지했지만 투표자 수는 29.9%에 불과했다. 반면에 50세 이상 유권자는 34.3%였지만 투표자 기준으로는 46.7%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표가 아쉬운 후보로서는 2030세대보다는 실제 투표에 참여할 대상을 집중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공식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것도 2030세대가 대거 투표장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 ‘청년 친화적 선거전략(youth-oriented strategy)’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대선 후 미국의 정치학자 러셀 달톤은 “오바마는 젊은층에 어필하는 이슈를 적극 제기하고, 또한 그것을 그들의 용어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젊은층의 선거 무관심이 과거 캠페인의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됐음을 증명해 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한·미 양국의 공통된 흐름은 2030세대가 더 이상 정치 비주류로 남아 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Occupy’ 월가 시위가 상징적이다. 미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엘머 샤츠슈나이더가 일찍이 “지역주의와 달리 세대·계층 간 갈등은 전국적 현상이 되기 쉬우며, 이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권자층의 새로운 참여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우리는 어떤가. 훌륭한 스펙을 갖추고도 취업조차 못하는 분노의 20대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30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냉정한 심판자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4·11 총선은 2030세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새누리당이 27세 동갑내기인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을 임명하고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데 이어 야당도 청년 비례대표를 당선권에 배치하는 등 젊은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들이 한순간의 겉치레에 머물지 않고 2030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표를 통해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무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그들의 의지와 자각에 달려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투표하라. 2012년 ‘신(新)청춘에게 고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