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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결산 (5) - 2년생 징크스

중앙일보

입력

첫해 신인으로서 펄펄 날던 선수가 그 이듬해에 완전히 추락해 버리는 것을 2년생 징크스라고 한다.

프로 2년차가 되면서 이젠 팀에 보다 잘 적응하게 되고 경험도 쌓이니까 더 잘해야 되는게 당연한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이런 2년생 징크스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2년생 징크스의 원인을 두고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첫해에 신인에게 당한 상대팀이 시즌 후 그 선수를 철저히 분석하기 때문이란 견해도 있고, 신인선수 스스로가 첫해 이상의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년생 징크스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3년생 징크스라는 말은 없듯, 대개 2년생 징크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난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둘째해의 부진 후, 다음해부턴 다시 제모습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뭐라 명쾌히 설명할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올시즌 일본프로야구에도 2년생 징크스는 있었다.

◆ 희생자 1. 우에하라 고지

우에하라에게 있어서 99년은 그야말로 '햇빛 쏟아지는 날'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99년 우에하라는 20승4패, 방어율2.09에 179탈삼진의 성적으로 센트럴리그 다승,승률,방어율,탈삼진 부문을 석권하며 신인왕은 물론 사와무라 상까지 거머쥐며 데뷔 첫해에 일본마운드를 천하통일했다.

팀 내에서도 우에하라는 신인으로서 요미우리의 에이스로 부상하며 마쓰이와 함께 각각 요미우리 투타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거기다 올시즌 요미우리의 전력이 상당히 강화되었기 때문에 우에하라의 미래는 더욱더 창창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우에하라에게 있어 99시즌이 예상 이상의 대활약이었다면 올시즌은 예상 이하의 부진과 악재의 연속이었다.

올시즌 우에하라는 시즌내내 9승(7패)밖에 거두지 못했고, 그나마 부상과 교통사고(가해)로 시즌의 상당부분을 결장했다. 후반기 컴백 후에도 우에하라는 한동안 투구내용이 좋지않아 나가시마 감독의 애를 태웠다.

요미우리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며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오히려 우에하라는 작년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우에하라는 일본시리즈 3차전에서 호투로 위기의 요미우리를 구해내며 어느정도 명예회복을 하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우에하라의 성격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올시즌은 성에 찰리가 없는 해였을 것이다.

솔직히 9승에 3점대 방어율이라면 마냥 부진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운 성적이다. 하지만 우에하라란 이름을 감안할 때 올시즌 기대에 못미친게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에하라는 구위가 위력적이고 근성이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내년시즌에 올해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 예상된다. 요미우리 마운드의 미래를 걸머질 재목으로서 올시즌의 부진은 우에하라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 희생자 2. 마쓰자카 다이스케

99년 16승5패, 방어율2.60으로 퍼시픽리그 신인왕,다승왕 등극. 올시즌 14승7패, 방어율3.97로 다승왕, 탈삼진왕 등극. 고졸출신 2년연속 다승왕에 베스트나인,골든글러브까지. 외형으로만 보면 올시즌 마쓰자카에게 2년생 징크스는 없는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시즌 마쓰자카는 그 어떤 투수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는 걸 알 수있다. 일단 피칭내용을 보면 99년과 비교할때 올시즌 마쓰자카의 방어율은 너무 높다.

그만큼 난타당한 경기가 많았고 기복이 굉장히 심했다는 뜻이다. 퍼시픽리그 타자들에게 점점 구질이 노출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더 큰 타격은 일본프로야구 외적인 곳에서 있었다. 먼저 마쓰자카는 잔뜩 벼르고 갔던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에 연패하며 일본야구사상 최초로 메달획득에 실패,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더 결정적인 사건은 시즌 종료후에 터졌다. 잇따른 염문설과 무면허 음주사건으로 마쓰자카는 이미지에 돌이킬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마쓰자카는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지금도 근신을 받고 있다. 성적을 떠나 올시즌은 스무살 마쓰자카에게 상당히 심적으로 고통스런 한해였을 것이다.

내년시즌 마쓰자카의 관건은 그사 이런 야구 외적인 스캔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야구에만 집중할지에 달려있다. 이치로가 떠난 지금 퍼시픽리그의 성쇄는 마쓰자카의 활약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내년시즌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 그 외의 희생자

빅 2 외에도 올시즌 2년생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한 선수로는 오릭스의 가와고에와 주니치의 후쿠도메를 들 수 있다.

작년시즌11승(8패), 방어율2.85를 거두었던 가와고에는 올시즌 오릭스의 에이스로 주목 받았지만 시즌중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버렸다. 이후 가와고에가 빠진 오릭스는 투수력이 붕괴되며 승률 5할에도 못미치는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타자중에서는 후쿠도메가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작년 유격수로서 타율 .284에 131안타를 쳐내며 주니치의 리그우승을 이끌었던 후쿠도메였지만, 올시즌은 죽을 쑤고 말았다. 타율 .253에 80안타밖에 치지못했고, 그나마 부상으로 97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 내년 시즌엔 누구

올시즌 신인중에선 긴죠와 다카하시가 돋보였다. 요코하마 3루수 긴죠 다쓰히코는 신인으로서 타격왕(.346)에 오르며 신인왕까지 차지했고, 요미우리의 좌완투수 다카하시 히사노리도 정규시즌 9승(6패, 방어율3.18)에 일본시리즈 완봉, 미일대항전 호투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과연 이들에게도 내년시즌 2년생 징크스가 올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유야 어찌됐듯 올해도 어김없이 2년생 징크스는 재현되었다. 하지만 진정 좋은 선수라면 이런 징크스를 빨리 벗어던지고 자기 페이스를 찾을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거명한 선수들은 앞으로 일본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선수들이다.

이들이 올시즌의 이런 부진이나 악재를 빨리 잊고 더 강한 근성을 발휘해 내년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보약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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