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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급감에 중개업계는 요즘 '한겨울'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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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30일 오전 40개의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아파트 상가 1층은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지난해 말 폐업으로 문을 닫은 중개업소는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 있었다. 이곳 중개업소 가운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3000만~4000만원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이곳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22건에 불과했다. 3개월간 아직 한 건도 매매 거래를 하지 못한 곳이 18곳 이상인 셈이다. 이 아파트 최모 사장은 “전세 거래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한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3월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1만5069건에 머물러 전년 동기(2만8322건)에 비해 47%나 줄었다.

한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수는 2만3421명에 이른다. 단순히 한 가게에서 한건씩만 중개를 했다고 계산해도 올 들어 아직 한 건도 매매 중개를 못한 업소가 8352개나 된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중개업협회 안완수 서울북구지부장은 “경매와 직거래 등을 통한 신고 사례도 많아 중개업자가 대행한 건수는 신고건수보다 20~30%는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중개업자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전·월세 거래로 간간이 사무실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식당을 겸업하거나 야간경비, 대리운전 등으로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치동 대치부동산랜드 공인 최현진 사장은 “개인 인건비는커녕 150만~200만원 수준의 월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구로역 인근 L공인 임모 사장은 “집에 돈을 가져다 준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중개업자 80% 이상이 적자"

부동산중개업협회 문홍구 서울남부지부장은 “중개업자의 80%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수도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2월 경기도 거래건수는 2만3719건으로 전년 동기(4만1807건)에 비해 43% 감소했다.

경기도 중개업자 수가 2만4247명이므로 역시 한건의 매매 중개도 하지 못한 곳이 많다.

사정이 이러니 수도권 중개업자수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올 1월 기준 서울 중개업자 수는 2만3421명으로 3년 전인 2009년(2만5394명)에 비하면 8%(1973명) 감소했다.

올해 중개업자수는 협회가 월별 공인중개사 현황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경기도 중개업자수도 2009년 2만5449명에서 현재 2만4247명으로 5%(1202명) 줄었다.

공인중개사협회 양소순 실장은 “50대 명퇴자나 30~40대 가정주부 등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거 합격해 이매 중개업자 수가 31만3000여명이나 된다”며 “이들이 꾸준히 시장에 새로 진입하고 있어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것에 비하면 중개업자 감소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업이 생계를 보장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자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08년 8만9428명이던 응시자가 매년 줄어 지난해 10월 있었던 시업엔 5만6874명만 응시했다.

자연히 공인중개사 학원도 위축된다. 국내 대형 공인중개사 프랜차이즈인 랜드스쿨은 최근 목동과 창동 지점의 문을 닫았다. 노량진의 유명 중개사시험 학원인 박문각노량진행정고시학원도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전국에서 6군데의 공인중개사학원과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는 에듀윌 이기룡 차장은 “1~3월은 성수기 인데 올해엔 오히려 학생수가 30% 가량 감소했다”며 “군소업체의 타격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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