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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투자 실패로 체면 구긴 ‘채권왕’ 빌 그로스, 모기지로 명예회복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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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채권왕’ 빌 그로스(사진) 핌코(PIMCO) 창업자 겸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명예 회복에 나섰다. 그가 이끄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 토털리턴펀드는 올 1분기 2.8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벤치마킹 대상인 바클레이즈 채권지수 상승률 2.58%를 웃돈 것으로 전체 채권펀드 가운데 상위 11% 안에 드는 성적이다. 그로스는 “2분기에도 비슷한 실적을 낸다면 좋아서 펄쩍펄쩍 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토털리턴펀드가 4.16%의 수익률을 기록해 벤치마킹 7.84%에 한참 못 미친 성적으로 체면을 구긴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토털리턴펀드 수익률이 하위 13%로 바닥을 기자 5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는 1987년 토털리턴펀드가 생긴 이후 처음 있었던 일로 그로스로서는 생애 처음 맛본 굴욕이었다. 지난해 그로스의 운용 실적이 형편없었던 건 미 국채 수익률 예상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천문학적인 미국 재정적자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정책 중단으로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봤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은 늘리는데 국채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던 Fed란 큰손이 사라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그로스는 연초부터 미 국채를 싹 팔아치웠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찾는 수요가 오히려 급증해 국채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그로스는 올 들어 국유화된 주택담보채권 발행회사인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의 모기지(주택담보)채권 투자 비중을 확 높였다. 토털리턴펀드의 모기지채권 투자 비중은 지난해 9월 38%에서 올 2월 말 52%까지 높아졌다.

 Fed가 모기지채권 매입에 나서면 모기지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얘기다. 아직 Fed가 3차 양적완화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번엔 그로스의 예상이 적중했다. 모기지채권 가격은 올 들어 0.57% 올랐다. 미 국채 가격이 1.29%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모기지채권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높인 그의 선택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Fed가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취할 유인이 줄었고 오히려 애초 예정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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