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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 열게하는 동화 '천사의 간지럼'

중앙일보

입력

가족이 단촐해지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더 잘 보살핀다고 하지만 그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대부분 나는 아니라겠지만 더러는 이런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겠다.

혹시 우리 아이들의 귀에 부모의 말이 때론 '쓰레기 같은 소음'으로 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아이의 눈에 아빠의 눈은 '언제나 누렇고 어느 쪽도 쳐다보지 않는' 것이며, 엄마의 눈은 '뿌연 얼음이 잔뜩 낀 산정호수'처럼 비치는 건 아닐지. 그래서 자신은 '황새가 집을 잘못 찾는 바람에 이 곳에 내려진 존재'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여덟살 여자아이 마르티나의 이야기 '천사의 간지럼'은 이처럼 여느 동화와 달리 묘사가 리얼하고 섬뜩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어려운 환경, 늘 다투는 부모 사이에서 스스로를 닫아가던 마르티나에게 유일한 위안은 할아버지.

눈덮인 산에 통나무집 있는 달력을 선물하고 "더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저 풍경속으로 들어가 쉬려무나"라고 다독거리는 할아버지다.

마르티나에게 할아버지의 말은 '가슴을 찌르는 화살이나 정면으로 날아오는 돌처럼' 문을 닫게 하는 말이 아니라, 문을 열게 하는 열쇠. 이를 통해 사랑과 용기를 배우며, 운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모험 끝에 수호천사를 만나고 부모님이 마르티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할 정도로 불행했을 뿐 결코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란 얘기, 매듭을 푸는 힘은 사랑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란 얘기를 듣는 구성은 낯익지만 전체 줄거리와 잘 맞물려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자신을 찾느라 애쓴 부모와 '잡아 끌고 가는 대신 함께 나란히' 걸어 집으로 가는 도중 다시 만난 토끼 친구의 마지막 말. "봤지? 내가 뭐랬어? 어떤 것도 영원히 버림받지 않아. "

박태욱 기자 (pakt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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