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여자만세〉인기몰이 예상

중앙일보

입력

SBS가 15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16부작 드라마스페셜〈여자만세〉(매주 수.목요일 밤 9시50분.극본 박예랑.연출 오세강)가 평범한 노처녀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며 인기몰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지난 15,16일 방영된 1,2회분의 시청률 조사에서 각각 20.6%, 25.9%(TNS미디어 코리아)의 시청률을 보이며 호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결혼 후 첫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선 채시라가 연기하고 있는 '다영'의 캐릭터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마지막 전쟁〉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예랑 작가가 보여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주는 감동이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2회분 방영을 마쳤지만 SBS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의견 중에는 "바보 처럼 보이는 다영이가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무지무지 아팠다", "망연자실한 다영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내가 그 당사자가 돼 한참을 생각했다"는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루며 다영의 캐릭터가 여성시청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또 "오래 전의 제 모습 같네요, 상황도 똑같고..."라며 "결혼이라는 무덤 대신 성공해서 멋지게 복수하라"는 아줌마 시청자의 격려나 "이젠〈가을동화〉의 감동을 접고 열심히 보려고 한다"는 시청자도 있다.

극중 다영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는, 모질지도 못하고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여성이다. 일단 드라마 초반에는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온 남자로부터 버림을 받고 울고 짜며 남자에게 매달리지만 극의 전개에 따라 결혼 대신 남자로부터의 당당한 독립을 선언하는 여성으로 바뀌어나갈 예정이다.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일단 '드라마를 위한' 일탈적이고 자극적인 상황 설정이나 화려하지만 정형화돼 생명력 없는 트렌디의 도식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천착을 선택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영'은 물론이고 시집 안간 노처녀 딸을 둔 어머니(김영애분)나 퇴출 위기에 몰린 아버지(김세윤 분) 등은 인간적인 '훈훈함'을 건네는 캐릭터들.

딸을 위해 없는 형편에 30만원이 넘는 숄을 사고 혼자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흐뭇해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퇴출 위기에 몰려 있지만 묵묵히 가족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 등 '인간의 냄새'를 지닌 인물들이 드라마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영(채림 분)', '정석(변우민 분)' 등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안정감 있는 캐릭터 구축과 가끔씩 터져나오는 희극적인 상황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편 MBC는 오는 29일부터 수.목요일 같은 시간대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친일은행가와 민족은행가 사이의 대결을 다룰 새 시대극〈황금시대〉(극본 정성희.연출 이승렬)를 편성할 예정이어서〈여자만세〉와의 격돌이 예상된다.

'노처녀의 독립선언'과 '민족은행가의 입지전(傳)' 가운데 시청자들의 선택은 어느 쪽이 될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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