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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아니라면 北과 단절된 모습 보여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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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하태경 후보(44·부산 해운대-기장을)는 지난달 28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 등 6명이 과거 북한 지하 조직과 연결됐었다”고 말했다. 진보당의 약진 가능성을 차단하려 색깔론을 일으키는 것일까. 지난달 30일 오후 9시 반쯤 그의 부산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지역 케이블 TV의 후보자 토론을 막 마치고 약식 초밥으로 허기를 때우는 그에게 의심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

-선거용으로 색깔론을 편 것 아닌가.

“내 지역구만 생각하면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다 알다시피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선택해야 하는데 통합진보당의 공천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밑이나 배후에서 지도하던 사람들이 대거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들은 검증 받아야 한다. 중앙당은 잘 모른다. 이야기해도 이해 못한다. 새누리당에서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은 나와 최홍재 후보 정도다. 최 후보보다는 내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런 말도 한다.”

-모두 6명을 말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비례대표 후보나 이의엽 선거대책본부장은 1990년대 후반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볼 때 지하당에서 조직활동을 했다. 이 후보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이었고, 이 본부장은 부산지역위원장이었다. 당시 민혁당 같은 지하당은 북한과 연결돼 있었다. 여기 깊숙이 개입했었다는 거다.”

-그러나 이들은 처벌을 받았으니 된 것 아닌가. (민혁당 사건으로 두 사람 모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국회의원 후보다. 여ㆍ야 할 것 없이 과거 활동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성희롱 관련 발언 하나로 공천 탈락했다. 도덕성 관련 문제나 발언 실수 하나로 공천에서 탈락할 만큼 검증은 철저하고 엄격하다. 그러니 북한 조직원으로 활동한 과거를 처벌 받았다 해도 그 과거에 대해 어떤 생각 갖고 있는지 입장은 밝혀야 하지 않나. 법적 판단을 넘는 정치적 판단을 유권자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반(反)대한민국 활동을 했던 그들에게 물어보는 거다.”

-그들은 처벌 받은 뒤 친북 활동으로 드러난 게 없다. 그렇다면 그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그건 노회찬(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심상정(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같은 이들이 2008년 민노당을 탈당했을 때 확인됐다. 그때 그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들이 속해 있는 당의 행태도 과거 지하당 때와 근본적 차이가 없다. 한·미 FTA에 결사반대하고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선두에서 이야기한다. 박경순 변호사(통합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는 북한 3대 세습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 사람들의 반대한민국적 성향이 변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들은 당시 자기들이 했던 지하당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도 입장표명을 한 적이 없다. 변화됐다지만 세속화되고 권력에 맛을 들였다는 얘기로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다. 김정은으로 정권 교체된 후 이 정권과 관계를 어떻게 할 건지 논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로 정권이 바뀌었을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다. 나는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은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수령님이 지정했으니 똑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왕재산 사건 나왔을 때 발견된 문건도 보면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고 김정일 정권과 동일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 있다. 왕재산도 과거에 NL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NL’파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고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노동당에 가입하고 북한 노선을 추종한다. 그게 조직을 유지하는 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흔들려 애쓴다. 평택기지도 민주노동당이 가장 강력히 반대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도 그렇다. 안보를 약화시키는 활동을 계속한다. 그런 이들이 국회의원 돼서 국가기밀을 보면 북한 스파이들도 꼬일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일심회나 왕재산 사건이다. 이런 사람들은 친분을 이용해 정보를 캐고 그걸 북한에 보냈다.”

-통합진보당 내 민노당 출신은 ‘북한 주장과 같다고 종북이냐’라고 반박한다. .

“과거 종북 지하활동을 했고 거기에 반성하는 모습도 없을뿐더러 입장표명도 안 한 상태에서 그들이 한 말은 진정성이 없다.”

-그들은 ‘국가보조금으로 당이 운영되는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부정하겠나’라고 한다.

“좋은 말씀이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 진정성을 보이려면 해군을 해적이라고 말하거나 천안함 폭침을 남한의 조작이라고 주장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이들을 징계하거나 제명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됐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이석기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왜 이름을 공개 안 하나.

“이들은 다 지역구 후보인데 민혁당 잔당들이다. 이름을 안 밝히는 건 선거 중에 거론하면 시비로 끝나고 결국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채 묻힐 것 같아서다. 그러면 면죄부만 주는 꼴 아닌가.”

-하 후보가 90년대 운동권을 떠났고 민노당 생활도 안 했는데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들 한다. 국정원 정보 아닌가.

“내 캠프만 해도 과거 NL과 PD계열에서 운동을 하다 온 사람들이 있다. 이번 일은 국정원과 관계없다. 별도의 증인이 있다. 다만 그들이 조직에 가입했음을 보여주는 문서 같은 것은 없다.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 살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지하조직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들 스스로 고백하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선거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더 파고들 생각이다.”

-현재 진보당 그룹 배후에 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나.

“개연성이 있다. 경기동부연합 같은 조직은 대중조직이고 그 밑에 안 드러난 조직들이 있다. 그중 한 그룹이 민혁당이다. 그때 안 드러난 인물이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배후에 있을 수 있다. 또 과거 구국전선이나 중부지역당 사건 같은 데서 드러나지 않은 세력과 연계도 있을 수 있다.”

부산=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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