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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은 개구리알 먹는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4호 31면

2002년 11월 평양의 국가안전보위부 어느 처장급 간부의 당 생활 노트가 기억난다. 금방 쓴 것으로 보이는 글 줄은 이렇다. “김정일 동지의 령도로 세계는 조선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조선에 저항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게 타격하면 세계를 손안에 넣을 수 있다…전체 보위일군들은 충성의 매가 되어 맡은 혁명과업 수행에 매진해야 한다.”

그 5년 뒤 2006년 10월부터 북한은 핵실험을 두 차례 했다. 국제사회가 들끓자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목적의 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다.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올해 4월 또 ‘광명성’ 위성 발사를 한다고 공표했다.

북한에선 9살에 사회정치 조직에 자동 가입되며 15세에 예비군이 된다. 정치조직 생활은 사망해야 끝난다. 이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절대적인 삶의 궤도다. 결과적으로 2300만 주민 중에 1500만 명이 국방력이다. ‘세계 최강의 사상적 힘’이란 이런 실체를 의미한다. 여기에 핵 보유국 모자까지 쓰면 3대 세습이 아니라 10대 세습도 무난해진다. 사상적 결집도, 핵 보유도 그 자체만으론 쓰러져 가는 주민생활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침략자들이 쳐들어온다’고 북한은 주민에게 말해 오지만 60년이 되도록 혼자 부르고 쓰기를 반복해 온다. 주민들도 선군정치가 왜 필요한지 의아해 하기 시작한다.

광명성 3호 발사에서 북한은 두 가지를 기대한다. 하나는 김정은의 통치권 장악, 또 하나는 남한과 국제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북한에서 수령은 ‘불패의 강력한 전략가’이고 오로지 승리만 하는 군사적 위인이어야 한다. 이게 전제된 다음에 인민생활이다. 광명성을 쏘아 올린다고 굶주린 주민들에게 쌀이 주어진다는 아무런 담보도 없고, 인민군 병사들은 굶주림을 달래려고 온 밤 개울가를 뒤지며 개구리 알을 채취해 먹는 형편이다.

인민생활 해결은 김정일이 넘겨준 경험대로 외부의 ‘거래처’들에서 갈취하면 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북한은 안팎에 두려움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 집착한다. ‘핵 마케팅’ 상대인 미국과 한국에 무언가 하려 한다. 초계함을 폭침시키고 작은 섬에 소나기 포격을 한다. 그리고 국영매체를 통해 매일같이 욕설을 퍼붓는다.

북이 오늘은 ‘광명성 발사는 과학발전을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곧 ‘위성 발사는 미국과 남조선을 타격하기 위한 군사연습’이라고 말할 것이다. 북한이 그런 상황에 재미 들리도록 놔둘 것인가, 아니면 자기전략에 걸려들어 고사하도록 강력히 대응할 것인가.

북한의 말처럼 광명성 발사가 평화적인 것이라고 믿는 순간 북한 선군정치의 노예가 된다. 북한이 포격하자 남한에서는 그들과 대화를 하지 않아 그런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남한이 고분고분하지 않아 채찍질을 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평화적 대화가 열리면 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 통치자들은 내부 결집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의 강력한 적이 항시적으로 필요하다. 적은 자기보다 부유해야 하고 외교적 영향력도 두루 갖춘 상대여야 한다. 그래서 남한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2001년 1월 북한군 총정치국에서 배포한 50장 분량의 간부급(대대장급 이상) 강연 교안은 이런 문장으로 마감한다. “외부의 원쑤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혁명 렬차는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장군님 두리에 철통같이 뭉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그 어떤 적도 덤벼들지 못한다…개는 짖어도 우리의 향렬은 갈 길을 간다.”

지금 평양의 천진한 여중생의 입에서도 “리명박 개새끼는 쳐죽여야 한다”는 말이 쏟아진다. 남한의 선거철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 시즌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이제 광명성이 발사되면 곧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핵 보유국’ 자축행사를 할 것이다. 소극적인 요청이지만 남한 국민이 최소한 애국심을 발휘하는 길은 북한의 이런 행위에 박수치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종북행위가 남한의 ‘광명성’이란 뜻이다.
(필자의 요청으로 사진을 안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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