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대생과 고3 여학생 절반의 고민, 변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4호 18면

임상의사인 필자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만성 변비 치료다. 변비는 육체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매우 불편한 질환인데, 치료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약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전체 인구의 16% 정도가 변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두세 배 많으며, 노인의 경우는 30~40%가 변비를 호소한다. 또한 마른 체형을 유지하려는 여대생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고생의 경우에도 변비가 많다. 국내 여대생과 고3 여학생의 절반 정도가 변비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변비는 하나의 증상이지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1분 이상 힘을 주어야 변을 본다거나, 변이 딱딱한 경우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2회 이하라면 변비를 의심하게 된다.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오래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대장에 변이 딱딱하게 굳어 장이 막힐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변비 약을 먹어도 변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심한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이로 인해 장이 썩거나 장이 터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변비는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경우, 변의를 느낄 때 변을 보지 않거나, 배변습관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운동부족이나 환경의 변화 등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젊은 여성이 체중 관리를 위해 음식 섭취를 너무 줄이면 대변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변비가 발생된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위장 운동이 느려지면서 변비가 생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의 내분비 질환도 장 운동이 느려지면서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항문이 찢어지거나 치질이 있는 경우 배변 시의 통증 때문에 변을 잘 보려 하지 않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드물지만 대장에 종양이 있어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변비의 상당수는 앞에서 열거한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변비가 있는 경우는 무엇보다 좋은 배변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아침식사를 한 후 15분 이내(늦어도 한 시간 이내)에 화장실에 가서 여유를 갖고 대변을 보도록 하며 이러한 습관을 매일 갖도록 한다. 그러나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으며 배변 시 책을 읽거나 흡연을 하는 것은 배변에 집중하지 못해 오히려 변비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아침식사가 장 운동을 자극해 배변 기능을 갖게 하므로 아침식사를 꼭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변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채소·과일·곡류)을 섭취하는 게 좋다. 우유나 요구르트는 섬유질은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흡수가 잘되지 않아 변이 묽어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물은 최소한 하루 1.5L 이상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변비에 좋은데, 이는 음료수 잔으로 7~8잔 정도다. 커피나 차·술 등은 소변량을 증가시켜 탈수를 조장함으로써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설사가 유발돼 일시적으로 변비가 좋아질 수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 운동이 변비에 좋은지는 논란이 있지만 복근이 약한 노인에게는 변비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