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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vs 불만… 이번 주 민심 향배 분수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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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08면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사찰 은폐 수사 대상 권재진 법무부 장관 교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1 총선을 열흘 앞두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돌출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민간 부문에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한 2619건의 보고서가 폭로되면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알고 있었던 건지, 2010년 검찰의 이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책임과 거취 역시 주목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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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나 대선에 근접해 터진 불법사찰이나 도청 사건은 두 번 있었다. 1984년 9월 전두환 정부가 가짜 대학생을 서울대에 파견하면서 운동권 동향을 수집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불거졌다. 민주화 열망이 거세지면서 이듬해 2월 총선에선 김영삼(YS), 김대중(DJ)이 연합한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67석의 제1야당으로 도약했다. 2002년 12월 대선을 3개월 앞두고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이 DJ 정부의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녹취록을 폭로했다. 정·관계, 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도청 내용이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대선에 나온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직접 책임이 없던 데다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병역이 쟁점이 되면서 대선 결과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불법사찰을 놓고 민주당은 총선의 승부수로 보듬어 온 ‘정권 심판론’의 명분을 한층 강조해 갈 태세다.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중대한 범죄”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 “권재진 법무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수사하라”고 공격했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 직전까지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 출신 세력의 정체성과 진보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석기 후보의 과거 민혁당 이력 등을 폭로해 왔다. 좌파 그룹의 공산주의 추종, 반(反)국가성 의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말 바꾸기에 대해 공세의 이니셔티브를 쥐는 양상이었다. 불법사찰 폭로로 이슈의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새누리당은 현 정권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중심의 새누리당과는 무관한 사건이라며 즉각 선 긋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31일 “나 역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사찰을 받았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민주당에 불법사찰 특검을 제안했다.

결국 이번 총선은 뚜렷한 정책 쟁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 정권에 대한 ‘불만(不滿)’과, 좌파 정당의 반(反)국가성에 대한 ‘불안(不安)’이란 두 개의 민심 코드가 어떻게 표출될지가 주목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독자적으로 과반(150석) 의석을 얻기는 쉽지 않아 ‘민주당+진보당’의 과반 의석 여부가 역시 관심이다.

야권연대 결과 민주당 쪽으로 단일화된 지역에선 최근 지지율이 5%포인트 안팎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의 동대문을(민병두), 중(정호준), 서대문갑(우상호)은 물론 대전 서을(박범계), 경남 김해을(김경수) 등이 이런 흐름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서울 노원병(노회찬)의 우세 속에 비례대표를 포함, 최대 12∼15석의 판세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주당이 140석에 육박할 경우 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 못하더라도 4년간 의회를 좌지우지할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불안한 중도층의 민심을 투표장에 응집시켜 야권 과반을 저지할 수 있을지, ‘민주당+진보당’이 정권 심판의 반사이익을 얼마나 챙겨갈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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