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카미야 〈미궁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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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미궁'이란 말이다. 그 말이 주는 비밀스러움과, 공포스러움과, 속죄의 의미가 좋다.

아마도 미궁에 관한 신화는 누구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신화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미궁이라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도 알 것이다. 잘못 태어난 아이를 가두어 두기 위해 궁전의 지하에 만들어진 미궁, 그 속에서 괴물처럼 살아가야 했던 고귀한 아이. 이 미궁의 주인공은 마치 그 고귀한 아이 같다.

주인공 쿄우는 알아주는 명문가의 외동딸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식으로 태어나서 인정받은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그 명문가의 중심에 있는 쿄우의 할머니는 언뜻 보면 쿄우를 미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자랑스런 외동딸이 쿄우를 낳게 되는 바람에 세상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쿄우의 어린 시절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머리는 좋아서 어떤 분의 후원으로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면서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에게는 뭔가가 한가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남과 어울리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얌전히,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는 것이 쿄우가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룸메이트로 야마다를 만나게 되면서, 그런 성격이 차츰 변해간다. 아직도 장작에 밥을 해 먹는 시골의 대 가족사이에서 자라난 야마다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순수한 성격의 소유자. 한마디로 일을 만들고 다니는 인물이다. 어쩌면 무조건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 교우와는 정반대의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이 살게 되자, 부딪히는 일도 많이 생기고, 주위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이 동화되어 가는 과정은 참 보기 좋다.

물론, 이런 이야기만 나온다면 참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 수시로 사건이 터진다.(1권에 적어도 3,4개씩) 사람이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두 사람은 탐정은 아니지만, 냉철한 두뇌의 교우와, 무슨 문제든 끼어 들어 몸으로 해결하는 하는 야마다 때문에 항상 좋은 쪽으로 결말이 나곤 한다. 그러던 사이 두 사람의 사이도, 주위에서 교우를 보는 시선도 좋아져만 간다.

후반부로 와 가면서 교우에 대한 할머니의 감정이 미움뿐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지고, 반항하지만(귀찮아서) 후계자로 지목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 작품은 드라마와 탐정 물이 미묘하게 얽혀있다. 아니 야오이(동성애만화)적인 성격도 있다. 10권을 넘어가면 뒤쪽에 1,2개씩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 따로 나온다. 쿄우와 야마다가 아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유우키가 아무래도 아키라는 좋아하는 듯 싶다. 시도 때도 없이 키스를 해서 구박을 당한다.

이렇게 상당히 여러 장르가 얽혔는데도 보는 데는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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