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난공사에서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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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건설 공사현장. 공사비가 1m당 8억2000만원에 이른다.

2010년 6월 23일. 싱가포르에서는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의 화려한 오픈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리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3개 동 57층 2511실 규모의 이 호텔 옥상에는 3개 동을 연결하는 거대한 배모양의 스카이파크가 얹혀져 있다. 지면에서 기울어진 데다 옥상에 스카이파크가 얹혀진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이다.

 이 호텔은 쌍용건설이 불과 27개월만에 완공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고급건축물 공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첫 진출하는 W호텔 신축 공사를 수주해 공사 중이다. 그런데 쌍용건설은 건축 뿐 아니라 토목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토목공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공사는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초대형 지하 고속도로와 지하철 건설사업이다.

 두 공사 모두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공사다. 먼저 불안정한 매립지에 대규모 지하 고속도로를 놓는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Marina Coastal Expressway) 건설 공사는 지하 고속도로(0.67km)와 지하 진입도로(0.33km) 등 총 연장 1㎞,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공사다. 이 사업은 공사비가 1m당 8억2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그 동안 국내 토목공사로는 가장 비쌌던 성남 판교신도시 8차선 지하도로(1m당 공사비 7200만원) 공사비의 10배 이상이다. 공사비가 비싼 것은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에 건설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 쌍용건설은 지표면 15m 아래에 시멘트를 주입해 10~19.5m 두께로 약 81만㎥의 연약 지반을 견고한 지반 구조체로 개량하는 등 첨단기술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지반 보강을 위한 기초파일 공사를 마치고 가시설 및 터파기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토목공사는 싱가포르 중심지에 약 1㎞의 지하철과 2개 역사를 건설하는 DTL 921(Downtown Line 921) 건설공사다. 쌍용건설은 이 사업을 2009년 5억5200만달러에 단독 수주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철도·지하철 공사로는 최대 규모다.

 번잡한 도로와 폭 25m의 로처운하(Rochor Canal)를 지나야 하고 지하에는 기존 지하철 노선(North-East Line)이 있다. 또 공사구간 아래 연약지반에는 앞으로 들어설 10차선 규모의 지하차도를 감안해 167m 길이의 박스(Box)형 터널 구조체까지 미리 건설해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없는 건설업체는 입찰 기회조차 없었던 이 공사를 쌍용건설은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들과 겨뤄 따냈다.

 그만큼 쌍용건설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특히 이 두 공사 현장은 탁월한 현장관리 능력으로 2010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안전관리 대상(LTA Annual Safety Award Convention) 시상식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리나 고속도로 현장은 2010 영국 왕립재해예방협회(RoSPA) 및 싱가포르 노동부(MOM)로부터 안전 및 현장 관리 관련 상을 수상했다.

 쌍용건설은 1977년 창립한 이후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20여개국에서 총 143건의 공사를 진행한 해외건설의 명가다. 지금까지 해외에서만 약 90억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쌍용건설은 올해에도 신시장 개척을 위해 사우디·카타르·쿠웨이트·이라크 등 중동과 리비아·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등지를 적극 공략하고 기존 진출 시장에서도 꾸준히 영업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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