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이 "아줌마 몰라" 하자 아이는…'충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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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뉴스 화면 캡처]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나들이철을 앞두고 자녀가 유괴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JTBC는 가상 실험을 통해 유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아이들의 상황을 점검했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27일 보도했다.

지난 3일 오후 장위동의 한 초등학교 부근 공터에서 7살 남자아이가 유괴됐다. 사건을 담당한 윤성용 종암경찰서 강력 4팀 형사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개 이쁘지 않냐' 하면서 보여주고, 팽이도 보여주면서 '맛있는 거 사주겠다' 이런 식으로 애를 유도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CCTV 확인 결과, 이 아이는 마치 엄마와 함께 가듯 아무 저항없이 납치범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사건 발생 4일 만에 유괴범은 검거됐고 아이는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최근 5년 간, 유괴 사건은 나흘에 한 번 꼴로 발생했다. 부모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유괴범을 따라가는 것일까? 취재진은 유괴범들의 정형화된 범죄수법 4가지를 선택해 7세 아동 18명을 대상으로 유괴실험을 해 봤다. 모든 실험은 어머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 유괴상황 1-아는 사람 사칭 : "안녕, 아줌마 모르겠어? 아줌마 엄마친구. 기억 안 나? 아줌마 딸도 나경이랑 동갑인데 아줌마 딸도 유치원 다니거든… 한 번 보고 싶지? (네.) 나경아, 엄마한테 가서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자. 뭐 먹고 싶어? 응? 나경이 뭐 먹고 싶어?" 이렇게 접근하면 많은 아이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유괴범을 따라간다.

◇ 유괴 상황 2-위급 상황 가장 : "엄마가 지금 조금 다치셔서 걸어오지를 못하셔. 놀라지마 괜찮아 많이 안 다치셨거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줌마랑 가자." 유괴범이라는 의심없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아이들. 아이들이 생각하는 낯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김현주 라파심리상담센터 소장은 " 아이들이 생각하는 낯선사람 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은 좀 무섭게 생기거나 아니면 나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거나 마치 게임캐릭터나 영화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는 악당의 이미지입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낯선사람과는 굉장히 기준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 유괴상황 3-선물 이용 : "이거 말고도 로봇 큰 것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이건 학원에 친구들이 많이 가지고 놀던데…"라고 말하며 아이를 유혹한다.

◇유괴상황 4-거짓으로 도움 요청 : "강아지 찾으면 쓰다듬게 해 줄게. 되게 이뻐. 아줌마 강아지 예삐거든."

실험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8명의 아이들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아무런 의심 없이 유괴범을 따라갔다. 지난 2008년 이후 정부는 유괴사건 급증에 심각성을 느껴 관련법을 개정해 유괴예방교육을 의무화시켰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선 교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유치원 원장 김모씨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가지고 인형극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화책이나 그림 자료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그런 방법들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 방법을 통해서 아이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지는 저희도 좀 의문스런 부분입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대표는 "실제 상황을 재연 연출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애한테, 정말 낯선 사람이 누가 이제 (유괴범) 연기를 해야 되는 거죠. 그래서 한 번 해봐요. 애하고, 그랬을 때 이제 그걸 다 비디오로 촬영을 하는 거죠. 애들한테 그래서 이제 실제로 니네들이 이렇게 행동을 했는데 니네들 어땠던 거 같아? 그래서 다시 그걸 가지고 애들하고 그걸 보여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라고 말했다.

한번 발생하면 잊기 힘든 아동 유괴사건, 범죄 단속뿐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효과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윤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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