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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정보의 보고, 온라인 교육커뮤니티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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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관련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강남·서초·송파 지역에 사는 학부모들과 통화할 때마다 기자가 묻는 말이다. 그러면 3명 중 2명이 “온라인 교육 커뮤니티”라고 답한다. 디스쿨(www.dschool.co.kr), 대치동 시크릿(www.newyork2380.blog.me), 스쿨서치(www.schoolsearch.co.kr)는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온라인 교육 커뮤니티다. 이곳에서는 풍부한 학원정보를 얻고 다른 학부모들과 자녀교육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전민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디스쿨’ 김현정 대표

발품 팔아 모은 위치 정보 660여 개 … 하루 5000여 명 방문

2000년 5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 엄마가 여섯 살 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사이 길을 서성이고 있었다. 봉고차가 지나가면 엄마는 수첩과 펜을 꺼내 들고 무언가 적을 준비를 한다. “어? 유치원 버스가 아니네.” 엄마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가득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유치원 정보를 구하려 벌써 세 번째 대치동을 찾았지만, 소득이 없다. 어디 가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이었다. 발품을 파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유치원을 찾아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오르내렸다. 발에는 어느 새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온라인 교육 커뮤니티 ‘디스쿨’ 김현정(43) 대표가 12년 전 겪은 일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영어학원을 찾아 다니느라 애를 먹었다. 이후에도 수학·논술 학원 등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알아봐야 하는 학원은 늘어만 갔다. 교육정보를 얻기 위해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모임엔 모두 가입했지만 그 누구도 학원정보만큼은 알려주지 않았다. “과목별 유명학원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7년 후. 매일 대치동 학원가를 훑은 덕에 웬만한 학원정보는 꿰는 수준이 됐다. “어느 날 남편이 ‘그동안 고생하며 모은 정보를 후배 엄마들에게 나눠주면 어떻겠냐’고 말하더라고요. 솔깃했습니다. 학원정보에 목말라 있는 강남 엄마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동안 모아둔 학원정보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엑셀파일에 학원 이름과 위치·전화번호를 빼곡히 채워 나갔다. 방에 앉아서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대치동 지도를 뽑았다. “은마사거리~한티역, 대치역~도곡역 같이 학원이 밀집한 지역을 걸어 다니며 위치정보와 전화번호를 조사했어요.”

 1년여 지나자 학원정보가 500개 정도 쌓였다. 그렇게 모은 정보는 2008년 5월 ‘디스쿨’이란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다. 개설 1년 만에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현재 회원 수는 3만 명, 등록된 학원은 660여 개에 이른다. 하루 평균 디스쿨을 찾는 사람이 5000명이다.

 디스쿨은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별다방, 공부 이야기를 나누는 콩다방, 생활정보를 나누는 깨알방, 학원정보 나눔방, 선생님께 질문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학부모들은 자녀교육 선배인 동시에 후배고, 정보 제공자이자 수혜자다. 한 학부모가 “P영어유치원은 어떤가요?”란 질문을 올리면 P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본 학부모들은 유치원 시설이나 교육프로그램·강사진은 물론 셔틀버스 이동 경로와 비용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댓글을 달아준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쪽지기능’을 만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서로 쪽지로 고급정보를 주고받게 되면 결국 커뮤니티로서의 존재가 무의미해지잖아요.”

 디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학원리뷰’다. 학원에 자녀를 보낸 부모가 수강기간과 강좌, 하루 수업 시간, 수강료, 교재, 과제해결 시간, 강사 스타일, 수강생 관리, 학원 평가 등을 적는다. 인기가 많은 학원은 리뷰 수가 600개 가까이 된다. 김 대표는 “A수학학원 주위에 가볼 만한 맛집, 주차공간 등 세밀한 내용까지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 받기 때문에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치동 시크릿’ 이경희씨

학부모 기자로 활동하다 학원 정보 수집 나서 … 블로그 열어 3000명 상담

교육 관련 블로그 ‘대치동 시크릿’ 운영자 이경희(48)씨는 워킹맘이다. 강남의 한 교육업체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각은 오후 8시. 하지만 그는 새벽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2008년 시작해 4년여 동안 계속해 온 블로그 활동은 이제 그의 또 다른 일과가 됐다.

 컴퓨터 전원 켜기. 이씨가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블로그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고민을 점검하고, 일일이 답변을 달다 보면 4~5시간이 훌쩍 지난다. 입시철이나 새 학기 시작 전에는 고민상담 글이 하루 10여 건 올라온다. 평소에도 3~4건은 꾸준히 들어온다. 외국어고 진학을 꿈꾸는 여중생은 영어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딸을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에 보내고 있는 엄마는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원을 추천해 달란다. 지방에서 대치동으로 이사할 예정인 아빠는 ‘강남 교육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공부시켜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상담 건수가 많을 땐 오전 3~4시까지 블로그에 매달린 적도 있다. 그의 남편은 “뭐가 나온다고 매일같이 블로그에 빠져있냐”고 핀잔을 주지만 그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별거 아닌 정보가 다른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내가 1시간만 투자하면 한 학생의 인생설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아무리 바빠도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까.” 대치동 시크릿에는 과목별 학원정보는 물론 강사들의 강의 스타일이 상세히 올라가 있다. 초·중·고등학생에게 필요한 학습법 내용도 다양하다.

 그가 교육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06년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결혼 전 교사경력을 인정받아 일하게 된 곳이었다. 2년여 동안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니 그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후 좀 더 많은 교육정보를 알기 위해 학원 관련 사이트에서 학부모 기자로 활동했다. 200~300개 학원을 돌아다니며 교육정보를 모았고, 교육에 관심이 있는 30~40명의 강남 엄마와 정기적으로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블로그를 운영해보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때다. “나만 아는 정보는 우리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 사장되잖아요. 누군가에게 전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로그 대치동 시크릿은 이렇게 시작됐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줄 몰라 중학생 아들에게서 배웠다. 이제는 블로그 조회 수가 160만 건이 넘는다. 교육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학생·학부모가 이곳을 찾는다. 지금까지 이씨가 직접 상담해준 사람만도 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도 난감할 때가 있다. “아이의 성적과 성향, 진로계획 등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야 제대로 된 상담이 가능해요. 하지만 강남 엄마들은 아이의 개인정보는 숨긴 채 무조건적인 답변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짜고짜 ‘영어학원 어디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해줄 말이 없어요.”

그는 “영어학원 선택을 고민하는 엄마라면 아이가 말하기·듣기·쓰기·읽기 중 어떤 영역이 강하고 어떤 영역이 약한지, 아이가 좋아하는 교수법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질문해야 적절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과정에서 이씨가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내 얘기는 정답이 아닙니다.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세요.” “좋은 학원 추천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질문에 그가 최소 3개 이상의 학원을 추천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스쿨서치’ 이시진 대표

학생 정보 입력하면 학원 목록 바로 찾아주는 검색 시스템 개발 나서

강남 학부모들은 좋은 학원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다. 학원 설명회에 참석하고 학원 관계자와 만나 수없이 상담한다. 그러나 내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쿨서치는 ‘700개가 넘는 대치동 학원 중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원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란 고민에서 시작됐다. 디스쿨이나 대치동 시크릿이 강남에서 자녀를 키우며 발품을 팔아 교육정보를 수집한 엄마들이 만들었다면 스쿨서치는 학원홍보 공간의 필요성을 느낀 5명이 모여 세운 기업(?)이다. 지난 1월 홈페이지가 만들어졌고, 현재 회원 수는 1000명이 조금 넘는다.

 이시진(40) 대표는 10년 넘게 IT업계에서 일한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다. 학원 홈페이지 제작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대치동 학원들이 그 수에 비해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다. 교육 관련 커뮤니티들은 있지만 학원정보를 통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본인에게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 자신과 관련이 없는 글을 필요 이상으로 읽어야 했어요.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스쿨서치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학원을 찾아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학원 선택에 관한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으로 토정비결 보는 걸 생각하면 된다”며 “생년월일과 이름·성별을 입력하면 그에 대한 사주팔자가 나오듯 학생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학원목록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재학 중인 학교와 학년, 필요 과목, 현재 성적은 물론 목표점수와 공부성향, 하루 공부량, 선호하는 교수법 등을 입력하면 학생에게 맞는 학원들을 간추려서 알려준다. “학원들마다 특성이 모두 달라요. 700개가 넘는 학원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상담을 받을 순 없잖아요.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시스템이죠.”

 이 대표가 이런 시스템을 구상한 건 5~6년 전.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방문한 대치동의 한 학원 재원생들이 선배들의대학 입학수기 모음집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수기집에 나온 모든 글을 읽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합격생 글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이런 책을 만들 때 전형 유형별로 주제를 나눈다면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맞춤형 교육정보 제공 커뮤니티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여름방학 전에는 회원들이 학원을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준비 중입니다.”

현재 커뮤니티는 학원검색 메뉴와 학원가 소식통, 교육정보, 뉴스·이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쿨서치의 특징은 학원리뷰 등을 적거나 게시판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회원들에게 포인트를 준다는 것이다. 게시글의 질을 높이고, 정보를 제공해준 회원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포인트를 모아 상품권이나 커피 교환권을 추첨할 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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