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중국, 티베트 탄압 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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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티베트 점령 53주년(28일)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선수는 미국이 쳤다.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티베트 지역에 대한 탄압을 완화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결의안에서 “티베트인들을 겨냥한 중국 경찰의 탄압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또 당국이 구속한 티베트인들을 석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의원들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여러 민족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종교와 신앙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티베트는 오늘날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교육 면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 결의안 내용을 반박하면서 티베트 지배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티베트 점령을 해방이라고 강조하면서 티베트 전역에서 기념식을 했다.

 바이마츠린(白瑪赤林) 시짱(西藏·티베트의 중국식 표기) 자치구 주석은 전날 TV 연설에서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사회주의 노선을 따를 때만 티베트의 밝은 앞날을 기약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맹비난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를 수장으로 하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극단적인 각종 폭력행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달라이 라마 집단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중국과 티베트의) 분열에 반대하고 국가 통일을 유지하겠다는 티베트인들의 굳은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신화통신은 24일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인들의 분신자살을 독려하고 있다며 그를 히틀러에 비유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티베트 점령 기념일을 맞아 중국 당국은 티베트인들의 집단 항의시위나 분신을 막기 위해 티베트 중심도시인 라싸(拉薩) 등지에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군은 1959년 3월 28일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티베트의 봉건체제에서 박해받아 온 티베트 농노들을 해방한 날로 기념해 왔다. 그러나 인도 다람살라에 세워진 티베트 망명정부 측은 중국의 티베트 강점에 맞서 자치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중국의 강압 통치에 반발하는 티베트인들의 분신 시위가 30여 건이나 발생해 중국과 티베트의 긴장이 고조돼 왔다. 특히 중국의 티베트 점령 53주년을 앞두고 26일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티베트인이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항의하며 분신해 28일 끝내 숨졌다.

 AFP통신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에 도착한 28일 티베트인들이 거센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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