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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나 〈이씨네 집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우리 나라 성 씨 중에 제일 흔한 성씨가 아마도 이 '李가'가 아닌가 싶다. 흔한 성이니 만큼, 보통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이씨네 집 이야기〉다.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의 잡지 '모닝'지에, 우리 나라 작가인 황미나가 연재하는 자존심 세울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이씨네의 가장은 군인 출신의 가부장적이고, 어떻게 보면 독재적인 아버지다. 까딱하면 자식들을 집합시켜 구령을 시키기 일수이고, 그 밑에서 자란 7남매는 그 만큼 개성만점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이씨네집 막네 아들 세진은 최고대학을 목표로 대입을 준비했지만, 악운이 겹쳐서 결국 다른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래도 '학교도 딸리는데 성적이라도 좋아야 좋은 데 취직하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공과대 수석을 노리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아버지가 군대에 가라고 한다. 아버지의 말씀은 곧 법. 반항도 해 보고, 설득도 해 보지만 결국 군대에 입대하게 된 세진. 서울에 두고 간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 면회 온 누나에게 결혼하라고 조른다.(누나가 결혼하면 휴가 받을 수 있다.)

막내딸은 한 술 더 떠는 공주병 환자다. 얼굴도 그저 그렇고, 몸매도 그저 그런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줄 안다. 언젠가 탈랜트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남자가 자기를 쳐다만 봐도(그냥 쳐다만 봐도) 슬퍼한다. 자기에게 반한 그 남자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음으로. 왜? 나중에 연예인이 되었을 때 스캔들 감이 될까봐서.

이씨댁 장녀 세라는 통통하게 살이 찐 아가씨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컴플랙스다. 그래서 노처녀 소리를 들을 때까지 남자를 만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기훈이라는 프로그래머.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기훈은 자신도 다리를 다쳐서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져 있는 남자였다.

그러나 세라를 만남으로서 다시 다리도 움직이게 되고, 새로운 생활에도 적응해 나가고 있는 남자다.
그러나 둘의 결혼은 아버지의 반대로 쉽지만은 않다.

노처녀라고 구박하면서 결혼하라고 노래를 하던 아버지지만, 결혼 경력이 있던 기훈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상한 트집을 잡아가며(심지어는 웃는 것 가지고도 시비를 건다. 건방지다고) 결혼을 반대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결국은 딸은 누군가에게 준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까워서인 아버지의 마음이란 걸 알게 된다.

이 집에서 제일 요란하게 결혼을 하는 건 셋째 세민이 캔슬대왕 이란 화려한 별명을 가진 광고 회사 PD 인 세민의 결혼 상대는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인기 연예인 황민화(주의: 작가는 황민아-의도가 다분하죠? ^^)

연예인인 것만도 아버지의 눈에 들지 않는데, 한술 더 떠서 건방지기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거기다 스포츠 신문의 연예면을 화려하게 장식까지 했으니(그것도 호텔에서 나오는 장면을) 집안의 반대는 극을 향해 치 닫는다.
그러나 뻔뻔한(?) 황민화는 당당하게 이씨네 집으로 쳐들어와서 아이가 생겼다는 깜찍한 연기로 결혼 승낙을 받아내고야 만다.
물론 결혼 승낙을 받은 후에도 두 사람의 결혼에는 많은 여정이 있지만(광팬들의 협박같은) 모두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이겨낸다.

나머지 가족들의 개성도 이미 이야기한 사람들에 못지 않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가족이 많은 집은, 그 만큼 놀랄 일도 많고, 기쁜 일도 많은 것이다. 이 이씨네 집 이야기를 보다보면 내 가족 같이 친근하고, 애정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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