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아빠 만들기] 11. 가계도 구조조정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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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금융권의 제2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되고 실업자 수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수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가계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후 우씨 형제는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우상곤(43세.교사)씨와 우정곤(41세.회사원)씨 형제는 지난 93년 초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S아파트를 각각 분양받았다.

우씨 형제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전철역 인근에 위치한 37평형으로, 97년 IMF위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매가격이 2억5천만원을 웃돌았다.

98년 1월 정곤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직원을 30% 감원했고 상여금도 전액 반납했다. 수입이 줄고 생활이 어려워진 정곤씨는 부인과 상의, 가계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살고 있는 아파트를 2억3천만원에 처분하고 27평형 아파트를 6천만원에 전세를 얻었다.

최고 시세에 비해서는 아파트 값이 내렸지만 부동산 경기가 쉽게 살아날 것 같지 않아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우선 은행 대출금 2천만원을 즉시 상환했다.

나머지 1억5천만원은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었다. 당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18%였다. 99년 1월 만기가 되자 세금을 빼고도 2천50여만원의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정곤씨는 원리금 1억7천만원을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에 집어넣었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금리는 연 9%대까지 떨어져 있었지만 자금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판단, 주식투자를 외면했던 것이다. 지난 1월 만기 때 이자수익은 1천1백60만원이었다.

정곤씨는 이 돈으로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연 7.8%)에 가입했다.

부동산 값이 꿈틀거릴 것이란 얘기가 돌아 집을 다시 살까도 고민했지만 아직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아 아파트 경기가 살아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제 2개월 후면 다시 1년 동안의 이자 1천1백10만원을 포함해 정곤씨는 1억9천3백20만원을 받게 된다.

아파트 팔고 난 원금 1억5천만원을 3년만에 1억9천3백20만원으로 불려놨으니 세금을 빼고도 29%의 투자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반면 형 상곤씨는 "불황기에는 실물투자가 최고" 라며 지금까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도 매달 높은 이자를 내며 꼬박꼬박 갚아나가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아파트 가격은 2억2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더 하락했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대우자동차 부도와 내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때문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고 했다.

상곤씨는 요즈음 올봄 아파트 가격이 소폭으로 올랐을 때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우씨 형제의 예에서 보듯 불황을 이기는 요령에 따라 부자아빠로 가는 길이 결정된다. 불황에 맞서는 요령 몇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가족수에 비해 큰 아파트라면 평수를 줄여 이사를 가든지, 전세를 선택한다. 불황이 지속되면 아파트 값도 하락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파트를 팔고 남은 자금은 안전.수익성에 적절하게 분산 투자한다.

예컨대 60%는 안전한 비과세나 세금우대 예금 등에 넣고, 20%는 부동산투자신탁 등 실적배당 상품에, 나머지 20%는 공모주가 우선 배정되는 비과세 고수익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비과세 고수익펀드 대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직접 주식투자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가계의 빚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대출금리를 따져 가장 낮은 금융기관의 대출금으로 전환하거나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단골고객 대출제도를 활용하는 등 빚을 줄이는데도 요령이 있다.

넷째, 현금 등 유동성을 확보해 미래 투자에 대비한다.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면 곧 호황이 기다린다. 시장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투자금을 마련해두는 것은 기본이다.

서춘수 팀장 <조흥은행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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