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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오너, 자사주 매각 급증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필두로 하는 미국 기업의 경영진이 자기 기업의 주식을 빠른 속도로 팔아치우고 있다고 경제뉴스 전문 블룸버그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른바 `내부자'로 불리는 기업의 중역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8주간 2.2대 1의 비율로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들의 자사주 매각은 다우 지수가 7.8%, 나스닥 지수는 26%나 빠졌음에도 불구, 지난 98년 6월 이래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자사주 매각 바람의 원인은 기업들의 순익 증가율이 1년여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퍼스트콜과 톰슨 파이낸셜의 조사에 따르면 유가 강세, 유로화 약세, 소매 판매 위축 등으로 미국 기업의 수익은 3.4분기 18%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4.4분기에는 이마저도 11% 증가로 낮아질 전망이다.

노던 트러스트 밸류 인베스터스의 칼 도미노 사장은 '주식시장은 여전히 고평가 돼 있으며 앞으로 경기는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들의 주식 매각은 현명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영진들이 3대 2의 비율로 자사주 매입에 열중했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자사주 매각 바람은 1년전에 비해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사주 매각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커스 위클리 인사이더 리포트의 데이비드 콜먼 부장은 지난 97년 8월의 경우 기업 내부자들은 3대 1의 비율로 주식을 매각했으며 이후 3개월간 다우지수가 16%나 빠진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역들의 자사주 매각에는 주가가 최고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하거나 투자 다변화를 위해 현금이 필요한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츠 회장은 지난 9월 1천만주를 매각, 7억240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게이츠 회장이 정기적으로 보유 지분의 일정 부분을 매각, 다른 곳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이를 철저히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달리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분야 기업들의 자사주 매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나스닥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의 주가가 여전히 두배 이상 올라 있기 때문에 내부자들의 차익 챙기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밖에 고유가를 이유로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에너지 관련 기업의 중역들도 차익 확보를 위해 주식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업계와 지역 은행 중역들이 최근 자사주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내부자들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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