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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에 몰려드는 네티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물 한살의 대학생 최은영씨는 요즘 감옥에 갇혀 있다.

드림라인에서 진행중인 '최후의 생존자-5천만의 선택' 이란 프로그램이 그의 감옥이다. 행사 참여 한 달이 지나면서 4명이 탈락하고 최씨 등 6명이 남아 있다.

최씨는 "남들이 지켜본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모르던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많은 것을 새로 배운다" 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에서 숱한 화제를 뿌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쇼' 가 국내에서도 한창 진행 중이다.

드림라인 외에 인터넷방송 와치엔조이.키스TV가 공동 진행하는 '트웬티 아이즈쇼' 등 두 곳의 사이트가 네티즌들의 '엿보기' 본능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두 달 가까운 기간중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갖가지 과제 수행을 요구하면서 이들의 생활모습과 갈등.화해의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두 생존게임의 규칙은 매주 1명꼴로 탈락자를 만들어 최후에 남는 한 사람에게 5천만~1억원의 상금을 준다는 것.

생존 여부는 네티즌의 투표로 하는 방식(드림라인)과 네티즌.과제평가를 반반 섞은 방식(와치엔조이)으로 결정한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두 생존게임 사이트는 매일 평균 80만~1백20만회의 '페이지뷰' 를 기록하고 있다.

IP주소로 파악해 본 '고정 시청자' 만 1만명 수준. 특히 탈락자가 생기는 등 본격적인 '생존경쟁' 이 시작되면서 이 수치는 뚜렷이 늘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흔히 보는 단발성 '몰래카메라' 에서 한 단계 나아가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24시간 동안 생활 하나하나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 '고도' 에 들어왔을까. 대부분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 '다시 없을 경험이다' 등 도전의식을 내세운다.

트웬티 아이즈쇼에 참가한 임현주씨는 "386세대로서 이런 도전의 기회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최후의 생존자' 에 참가한 김종수(36.농부)씨는 "유기농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상금을 탄다면 나이많고 어려운 농민들을 돕기 위해 모두 쓸 것" 이라고 밝혀 많은 네티즌들의 갈채를 받았다.

수많은 눈길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김종수씨는 "처음에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카메라가 지켜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고 말했다.

내부 갈등도 있다. '최후의 생존자' 에 참가한 주부 김광숙씨는 "24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서로를 깊숙이 알게 되지만, 갈등도 깊어질 수 있다" 고 털어놨다.

정신과 전문의 표진인씨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 라며 "누가 탈락할지, 그게 나라면 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남은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울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두 행사의 원조는 지난해 9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빅 브라더 쇼' .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유럽은 물론 미국 등 11개국에서 같은 이름의 행사가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또 조금씩 살을 덧붙인 다양한 파생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선 두 행사에 이어 의학정보 사이트인 e - 호스피탈이 지난 11일 7주 일정으로 '다이어트 생존게임' 을 시작했다.

자원자 7명은 각자 정한 다이어트 계획을 성실히 지키고 사이트에서는 그 내용을 요약해 인터넷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생존게임 사이트와는 다르지만 우승자에게 무료 성형수술을 상품으로 내걸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런 행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본사가 네티즌 1천2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또 최근 늘어나는 이런 '엿보기' 류의 이벤트가 결국은 개인 사생활(프라이버시)보호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정책실장은 생존게임 사이트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업 홍보 등 상업적인 의도에서 준비된 것" 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엿보기' 류의 이벤트가 프라이버시 보호의 개념을 흐리게 만든다는 점" 이라고 주장했다.

정신과 전문의 표씨도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엿보기' '내보이기'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며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수위를 지켰으나 앞으로 더 자극적인 내용의 이벤트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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