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제4경마장 유치 땐 좋았는데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제4 경마장인 영천경마공원이 유치 2년이 지나도록 설치허가가 나지 않아 경북도와 한국마사회가 벌이는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이 자꾸 연기되면서 일부에선 한국마사회가 영천경마공원 조성을 그만두려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북도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생겼다”고 해명한다.

 그동안 진행 과정은 이렇다.

 마사회는 2009년 8월 신규 경마장 설치 계획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모해 그해 12월 영천시 금호읍 성천리 일원(148만㎡)을 입지로 확정하고 2016년까지 총 3675억원(마사회 3057억원, 경북도·영천시 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북도 등은 2010년 7월 농수산식품부에 경마공원 설치허가를 신청했지만 감사원의 지적으로 사업 부지를 축소하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서 1년여를 보냈다.

 현재는 경북도와 마사회가 허가와 관련된 협의를 하고 있다. 농수산부가 허가에 앞서 당사자인 경북도와 마사회 간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을 먼저 합의하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심각한 의견차가 생겼다. 경북도가 경마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당시 무리하게 제안한 레저세 감면 약속이다.

 마사회 전성원 경영전략팀장은 “경북도가 경마공원 유치 제안 당시 ‘레저세 30년간 50% 감면 및 불이행 시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며 “그 부분을 계약서 등에 명문화하라”고 주장한다. 경북도 김종수 경마장건설지원단장은 “제안 당시 약속은 감면 조례를 통해 지키겠다”며 “그러나 불이행 시 현금 지급은 지방재정법상 위법이기 때문에 명문화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지방세법이 경마공원 유치 이후인 2010년 말 개정된 점이다. 지방세 감면 조례는 3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고쳐졌다. 마사회는 30년을 보장받으려면 10차례나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단체장과 의회가 바뀌는데 무슨 수로 그걸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북도는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마사회에 유치 당시 감면세율을 낮추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그럴 경우 경쟁을 벌인 다른 지자체가 반발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마사회는 “경영상 이 부분은 물러설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경북도도 “행정기관으로서 법 테두리 안에서 집행할 수밖에 없다”며 “당초 현금 지원 약속은 자발적이 아니라 마사회의 제안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마사회의 ‘나쁜’ 제안에 걸려들어 경북도가 ‘이상한’ 기관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마사회와 경북도의 줄다리기는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레저세=경마·경륜·경정 등에 과세하는 지방세로 마권을 판매하는 한국마사회 등이 발매금액에서 10%를 원천징수해 해당 광역자치단체에 납부한다. 영천경마장은 개장 5년 뒤인 2020년 연간 2000억원 정도의 레저세가 예상된다. 경북도가 50%를 감면하면 세수는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