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판사 “내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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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나경원(49) 전 새누리당 의원 측의 ‘기소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김재호(49)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25일 서면 진술서를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두 차례 불응한 김 판사는 이날 오전까지 나와달라는 통보를 경찰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김 판사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진술서에서 “신문 기사에 박은정(40)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의 실명이 나오고 (그의) 진술서가 공개된 뒤 생각해보니 (박 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전화를 했더라도 ‘(아내를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소를 빨리 해달라’는 이른바 기소 청탁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했던 나 전 의원도 “남편(김 판사)은 박 검사에게 ‘그 네티즌이 글을 빨리 내리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나 전 의원과 김 판사 모두 허위 사실인 줄 몰랐고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판사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또 인터넷 팟캐스팅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40) 시사IN 기자도 불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은 지난해 10월 주 기자가 ‘나꼼수’에서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난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청탁했다”고 발언하자 그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맞서 주 기자도 김 판사와 나 전 의원 등을 같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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