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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으로 Step UP ⑨ 한성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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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성중공업 권오을(왼쪽 둘째) 대표가 경북 포항에 있는 공장에서 60t 규모의 ‘워크 롤 통(work roll tong)’ 조립을 앞두고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시 연일읍 오천리 중소기업단지에 있는 한성중공업은 이웃한 기업들 사이에서 손님 많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부산·대구·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차들로 주차장이 늘 북적인다. 방문 업체의 대다수가 한성중공업과 같은 중공업 기계설비 제조업체들이다. 어찌 보면 경쟁업체이기도 한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반도체 공장처럼 깨끗하다’는 한성중공업의 사업장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한성중공업은 제철소에 필요한 급속냉각설비와 제품을 옮기는 통크레인 등을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다. 포스코·현대중공업·신일본제철 등이 주요 거래처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인 권오을(59) 사장은 졸업 후 포스코에 다니다 그만두고 1989년 한성중공업을 창업했다. 그는 “포스코가 좋은 직장이었지만 당시 회사 분위기로는 고졸자가 임원 되기 힘들어 보여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포스코와 인연을 바탕으로 제철설비품 도매업체로 출발했다. 10년간 도매업을 하다 보니 자신이 붙었다. 제조업에도 욕심이 생겼다. 10년간 유지해온 거래처 공급 물량이 있다 보니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일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주요 제철설비품을 국산화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작은 부품 하나도 일본 제품을 수입해 쓰던 때였다. 권 사장은 포스코 연구소와 협력해 급속냉각설비 같은 주요 제철설비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도 거뜬히 넘겼다. 제철설비 강국인 일본에 제품을 역수출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술력만 믿고 급변하는 트렌드에 소홀히 대응하다 위기가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수년간 유지해 왔던 포스코 우수협력사(PCP)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포스코와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보증수표였는데 이를 박탈당해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새로 창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했고, 변화는 위기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권 사장은 난장판이던 공장 분위기부터 바꾸기로 결심했다. 공장은 20년간 쌓인 자재·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계마다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포스코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권 사장부터 소매를 걷고 청소에 나섰다. 그러자 직원들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공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앙 공구실을 만들었다. 공구를 사용할 때마다 그 자리에 본인의 이름표를 붙여 사용자가 누군지 알게 했다. 그 결과 공구 구입비 중 3억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공구를 찾느라 허비했던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권 사장은 “정리·정돈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이제 집에 들어가도 쓴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안 청소를 자진해 하고 있다”며 웃었다.

 한성중공업은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과 2억6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내 제철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탓에 5년간의 경영실적이 비슷하다. 권 사장의 요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경영자문단인 김성덕 위원은 “철강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늘리고 있는 만큼 동반진출을 노리고 최신 설비와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이를 밑거름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5년 내 매출 1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권 사장의 목표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회사의 자금·회계·구매·생산·판매 등과 같은 업무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조절해주는 통합 전산 시스템이다. 유럽·미국 등에 있는 선진 기업들이 1990년대에 다국적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보망을 구축하면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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